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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사우디·이스라엘·튀르키예…새로운 3각 구도 형성하는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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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새로운 3각 구도 형성하는 중동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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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 - In this Sept. 18, 2019, file photo, Saudi Arabia's Crown Prince Mohammed bin Salman attends a meeting in Jeddah, Saudi Arabia. Cybersecurity experts said Thursday, Jan. 23, 2020, there are many questions still unanswered from an investigation commissioned by Bezos that said the billionaire's phone was hacked, apparently after receiving a video file with malicious spyware from the WhatsApp account of the crown prince. (Mandel Ngan/Pool Photo via AP,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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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전쟁 이후 중동이 세력 균형의 전환점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의 전략적 후퇴가 역내 권력 공백을 만들었고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튀르키예가 경쟁하는 새로운 3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대의(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이슬람권의 정치적 명분)'와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구상)'은 향후 중동 질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가자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세력 균형의 양상을 짚어보고 그와 연계된 주요 변수들을 살펴봤다.


    가자 전쟁 이후 이란의 공백과 3각 세력 구도 부상

    지난 40여 년간 중동 질서는 이란이 주도해온 이른바 '시아파 벨트(이슬람 시아파 세력의 동맹 전선)' 확장과 이를 억제하려는 이스라엘의 대립 구도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2023년 10월 친이란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 전쟁은 이러한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이스라엘의 공세로 이란이 구축해 온 무장세력 네트워크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핵시설을 포함한 주요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세력 대부분이 무력화됐다. 그 결과 사우디, 이스라엘, 튀르키예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란의 공백을 메우며 중동 질서가 새로운 3각 세력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위협이 사라지면서 아랍권 맹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지로 이스라엘이 아닌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사우디를 중동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낙점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우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도 나서며 외교적 존재감도 높였다. 특히 최근 1조 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 전략 방위 협력, F-35 전투기 도입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 패키지 등을 추진하면서 역내 위상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을 통해 친이란 무장세력을 궤멸시키고 이란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통해 군사·안보적 이익을 극대화했다. 또한 가자 지구 통제권과 전략적 요충지인 골란고원에 대한 실질적 지배 역시 확고히 했다. 전쟁 과정에서 보여준 첨단 정보전과 정밀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체계는 압도적 군사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더불어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요격은 물론 초대형 '벙커버스터(지하 시설 파괴용 폭탄)'를 동원한 핵시설 공습까지 지원하면서 미·이스라엘 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보 동맹임을 과시했다

    튀르키예는 이란의 전략적 공백을 정치·외교적 영향력 확대로 메꾸면서 제3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강력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대의'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슬람권에서 튀르키예의 존재감은 한층 높아졌다. 이란과 연계됐던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붕괴와 새 정부 수립을 지원하면서 시리아에 대한 가장 큰 영향력도 확보했다. 특히 중동의 '린치핀(핵심축, linchpin)으로 불리는 시리아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하면서 역내 패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김강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교수는 "가자 전쟁으로 이란과 '저항의 축'이 약화되면서 권력 공백이 발생했고 이를 둘러싼 경쟁 속에서 중동의 역학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며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 튀르키예 간에 지역 패권을 둘러싼 위계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성일광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우디가 부상하고, 이스라엘은 전쟁을 통해 군사력 면에서 중동 최강임을 입증했다"면서 "이란의 세력이 약화된 이후 튀르키예가 그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힘의 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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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월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2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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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질서 전략적 변수로 부상한 '팔레스타인 대의'

    가자 전쟁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대의는 중동 정세를 좌우하는 전략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가자 지구의 거버넌스가 본격 논의되면서 팔레스타인 대의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정치·전략적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사우디에게 팔레스타인 대의는 외교 정책의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니파의 맹주이자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관리하며 '이슬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대의를 외면할 수 없다. 이는 팔레스타인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 정부의 노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가적 과제인 '비전 2030'을 위해 지역 안정과 대규모 투자 협력이 필수인 사우디로서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협력 가능성은 열어두되 최소한의 팔레스타인 대의를 확보할 때까지 결정을 유보하는 조건부 접근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대의는 군사·안보적 성과와는 별개로 외교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거란 지적이다.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는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로 추진돼 온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일정 수준의 진전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정당과의 연립 정권 지속 여부도 팔레스타인 대의의 진전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 대의를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에르도안 정부는 가자 지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슬람권 여론에 호소해 왔다. 이슬람 세계의 정통성을 강조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대의를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동시에 견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성 교수는 "전후 팔레스타인 문제로 이스라엘은 외교적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고 반유대주의가 확산된 것까지 고려하면 강력한 군사력은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자국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대상에 관계없이 선제 공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중동 지역의 안보 불안은 수시로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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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버그 AFP=뉴스1) 이창규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23./뉴스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요하네스버그 AFP=뉴스1) 이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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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라함 협정은 친미 질서의 제도화…튀르키예는 고립 가능성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 질서를 제도화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내 세력균형을 재편할 또 다른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란을 견제하고 역내 협력을 제도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정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국가다. 아랍권의 리더인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경우 이는 사실상 아랍권 전체가 이스라엘과 수교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다만 사우디의 참여 여부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동돼 있다는 점이 한계다. 최근 미국-사우디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 없이는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아브라함 협정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이슬람 국가로 둘러싸인 전략적 지형 구도와 팔레스타인 문제로 외교적 고립 상황에 직면한 이스라엘에게 있어 아브라함 협정은 전략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우디와 이스라엘 협력은 안보, 외교, 경제를 포괄하는 중동 지역 질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튀르키예에게 아브라함 협정은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랍권으로 협정이 확대될수록 튀르키예는 협정의 외부로 밀려나면서 전략적 공간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을 축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협력 구도가 중동 질서를 주도할 경우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튀르키예의 구상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가 팔레스타인 대의를 전면에 내세워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아랍권 국가들의 협정 참여를 지연시키거나 협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 교수는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현재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 변화가 나타나야만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우디의 협정 참여를 위해선 최소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구체화된 비전이나 로드맵이 제시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에 따르는 전략적인 고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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