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4월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조립공장에서 전시된 차량들 / 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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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 시각) 미국 자동차 평가 전문 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 가을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은 5만 달러(약 7200만원)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초 신차 평균 가격이 3만8000달러(약 5500만원)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30% 이상 상승한 셈이다.
펜실베이니아주 글렌 밀스에서 지프 대리점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켈러허는 최근 많은 미국 가정이 신차 할부금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이제 신차 할부금으로 매달 300달러(약 43만원)씩 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차량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신차 구매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붕괴되고 자동차 판매점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구매를 미뤄왔던 소비자들이 이제 새 차가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여유 자금이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의 고급 차량을 선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신차 구매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는 11월 기준 신차의 월평균 할부금이 760달러(약 11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일반적으로 48~60개월 수준이던 자동차 할부 기간이 최근에는 72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로 신용평가기관 익스피리언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신차 구매자 가운데 3분의 1이 최소 6년(72개월) 이상의 장기 대출을 이용했다. 1년 전에는 구매자의 29%가 해당 대출을 이용했다. 상환 기간이 85~96개월(최대 8년)에 이르는 초장기 대출 비중도 올해 10월 기준 전체의 1.61%로 늘어났다. 특히 대형 픽업트럭의 경우 대출 기간이 100개월에 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신차 할부의 장기화는 미국 가계 부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미국의 자동차 대출 잔액은 1조6600억 달러(약 2399조원)로 5년 전보다 약 3000억 달러(약 434조원) 증가했다. 여기에 신차 할부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자동차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앞서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는 올해 상환이 60일 이상 연체된 서브프라임(비우량) 자동차 대출 비율이 6%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JP모건 체이스 오토의 소매·소비자 부문 책임자인 마이클 더글라스는 고객들이 자동차 구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하고 있으며, 올해 신규 자동차 대출의 평균 금액이 4만2000달러(약 6069만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할부 기간을 결정할 때는 신차 구매 가격뿐 아니라 차량을 소유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점점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군을 중심으로 생산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소닉 오토모티브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히스버스는 “3만 달러(약 4335만원) 미만 가격표를 단 모델은 만들지 않고 있다”며 “구매자들이 더 나은 선택지를 갖기 전까지는 차량 부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미 정부가 차량 가격 안정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 규제 당국에 현행 정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형 저가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하려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위해 규제 완화의 길을 열어주도록 지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아주 작은 자동차(TINY CARS)를 미국에서 만들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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