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효과적인 자살 예방 전략은 위기 대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신건강·사회 문제로 인식하도록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이에 상응하는 지속적인 예산 투입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자살 예방 정책은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쓰쓰미 아쓰로 박사(사진)는 최근 일본이 자살 예방 성과를 거둔 배경으로 지역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를 꼽았다. 그는 "일본은 기초자치단체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의료·복지·교육 서비스는 물론 경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가나자와대 융합과학부 교수이기도 한 쓰쓰미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질병관리부 정신건강·중독 분야에서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살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자살률 감소에 큰 성과를 보인 국가다. 1999년 인구 10만명당 25.5명에 달했던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해 16.3명으로 집계되며 197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자살자 수가 1만4872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약 2.4배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자살자 수(2만320명)에 비해 한국의 자살자 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셈이다.
쓰쓰미 교수는 자살 예방에서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일본에선 경찰의 변사 사건 조사와 후생노동성의 사망 원인 통계를 결합해 자살 데이터를 분석한다"며 "실질적인 근거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연 1회, 가능하다면 월 단위로 데이터가 갱신돼야 하며 개인적인 배경 요인과 상황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은 청소년층,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자살률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자살자 수는 52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쓰쓰미 박사는 "일본 사회에서 자살 위험군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맞춤형 정신건강 지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쓰쓰미 박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선 자살을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 각계각층이 협력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자살 예방을 사회의 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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