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여전… “땅 넘겨라” 러 요지부동
전문가 “푸틴 거부 땐 합의 소용없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8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마주보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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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 뒤 4년이 다 돼 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방안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담판을 벌였지만, 큰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안전보장에 대해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일부의 러시아 할양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팽팽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하는 땅을 손에 넣지 못하는 한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푸틴 덕담에 젤렌스키 실소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요일인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결과를 소개했다. 두 정상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내 생각에는 (평화 합의에)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진척도와 관련해 ‘95%’라는 수치도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몇 주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팀이 이룬 진전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회담 도중 유럽 정상들과도 전화로 회의했다.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의제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재건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은 100% 합의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협력하고 싶다”며 “유럽이 큰 부분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지의 연합’ 국가들이 내년 1월 초 파리에 모여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각 회원국의 구체적 기여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전쟁이 끝나기만 하면 우크라이나 복구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장담했다. 이날 회담 전 푸틴 대통령과 2시간 30분가량 통화한 그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에너지와 전기 등을 아주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쓴웃음을 지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인 영토 분쟁은 회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체 양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중서부 요새까지 넘어갈 경우 러시아의 추가 침공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고 털어놨다.
기껏 美·우크라 합의해 봐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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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요지부동인 러시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미러 정상 통화 직후 언론에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문제에 대해 지체 없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돈바스 할양 요구를 굽힐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합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전 미국 외교관 다니엘 프리드는 푸틴 대통령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돈바스 할양 요구를 철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다른 진전은 결국 무의미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러시아는 유럽의 다국적군 파병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기색이다. 이날 회견에서 종전을 희망하는 푸틴 대통령의 마음이 진심이라고 자신은 믿는다며 그를 변호하는가 하면, 푸틴 대통령과 자신이 ‘러시아 게이트(2016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가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줬다는 의혹)’를 함께 겪은 사이라며 유대감을 부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담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공동 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까다로운(thorny)” 문제들이 남아 있다며 “합의됐다(agreed)는 표현도 너무 강하다”고 주의를 주는 장면에 외신들은 주목했다. NYT는 “두 정상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인상을 거의 주지 못했다”고, FT는 “대단한 진전은 없다”고 각각 보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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