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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파가 곧 협상력"…TSMC의 가속이 흔드는 '삼성전자 대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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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리조나 4나노 4분기 가동…2공장 2나노 2028년 목표 [반도체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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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파운드리 판이 기술 경쟁을 넘어 '시간표'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 2공장에서 3나노 공정 양산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그동안 시장에 퍼져 있던 'TSMC 캐파 부족 → 삼성으로 분산' 시나리오, 이른바 '삼성 대안론'의 전제가 흔들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실적 발표와 투자 설명회 등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제2 팹에서 3나노 공정 양산 일정을 기존 계획보다 몇 분기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공장은 4나노 공정으로 올해 4분기 양산을 시작했고 2공장은 내년 3분기부터 장비 반입을 시작해 2027년 3나노 양산을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 일정도 언급했다. 당초 2공장 3나노 양산은 2028년 이후가 유력했지만 내부 계획이 1년가량 앞당겨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배경에는 폭발적인 AI·HPC(고성능컴퓨팅) 수요와 미국 내 첨단 생산 확대라는 두 축이 겹쳐 있다. TSMC는 이미 "AI 칩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AI 가속기·3나노 공정이 회사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해 왔다. AI 서버용 GPU, CPU, NPU 물량이 대거 3나노·2나노로 몰리면서 공정 기술 못지않게 "언제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가 고객사 협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셈이다.

    TSMC의 조기 양산 시도는 그간 시장 안팎에서 떠올랐던 '삼성 대안론'을 흔들고 있어 주목된다. TSMC의 높은 단가와 첨단 공정·패키징 병목, 특정 파운드리에만 의존하기 싫어하는 빅테크·팹리스의 심리가 맞물리면서 'TSMC 캐파가 막히면 삼성으로 일정 부분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컸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고객이 2나노 이후 공정 첨단 패키징을 두고 삼성과 접촉하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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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MC의 애리조나 2공장 3나노 양산 시점이 앞당겨지면 이 같은 관측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의 캐파가 늘어나고 납기 리스크가 줄어들면 고객사 입장에서 '굳이 공정을 갈아타면서까지' 생산을 분산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 파운드리의 기회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고객사 입장에서 TSMC 의존도를 낮추고 세컨드 파운드리 소스를 확보하려는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격·공급 리스크를 줄이고 지정학 변수에 따른 조달망 충격을 완화하려면 설계·패키징 단계에서부터 대안을 함께 키워둘 수밖에 없다.

    관전 포인트는 애리조나 3나노가 실제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램프업에 성공하느냐다. 장비 반입과 설치, 시험 생산, 본격 양산까지 이어지는 템포가 예상보다 더디면 '삼성 대안론'의 명분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TSMC의 가격도 여전한 변수다. AI·HPC 고객에게 우선배정과 장기계약을 요구하는 대신 어느 수준까지 단가 인상·선투자 부담을 떠넘길지가 향후 몇 년간 고객사의 포트폴리오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파운드리 업계 전문가들은 첨단 공정 경쟁의 초점이 미세공정 선점에서 캐파·일정 협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고 성능을 원하는 고객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몇 년간 대다수 고객이 움직이는 기준은 '언제,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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