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에 기름기(지방)가 과도한 상태인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최근 10년간 꾸준히 늘어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증상을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앓고 있는 비율은 2023년 기준 20.9%로 집계됐다. 2013년(12.3%)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약 1.7배 늘어난 수치다. 성별로 보면 여성 유병률이 21.4%로 남성(19.9%)보다 높았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8시간 이상 공복 상태에서 혈액 속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이상이거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치료의 효과성과 참여도 사이 간극이다. 현재 고콜레스테롤혈증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10명 중 8.6명이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범위인 200㎎/㎗ 미만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적절한 투약만 이뤄진다면 대부분 혈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치료율은 56.1%로, 환자의 절반가량이 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환자인지조차 모르는 인지율까지 63.4%로 정기검진을 통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양여리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고 식이 조절이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스타틴은 오랜 기간 연구됐고 효과가 분명히 입증된 약으로, 부작용이 있다 해도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관리 실태 역시 녹록지 않다. 2023년 기준 성인 고혈압 유병률은 20%로, 환자 10명 중 7명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목표 혈압까지 적절히 관리하는 비율은 전체의 절반 수준(50.4%)에 그쳤다. 당뇨병 환자는 10명 중 6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실제 혈당을 정상 범위로 조절하는 데 성공한 환자는 4명 중 1명(2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8만2716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의 78.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사회적 비용 부담도 한계에 다다랐다. 2024년 만성질환 진료비는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콜레스테롤 관리와 직결되는 순환계통 질환 진료비는 14조원으로 암 진료비 10조7000억원을 웃돌았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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