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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이슈 연금과 보험

    환율 하락은 국민연금 환헤지 때문?…한해 유지 비용은 12.7만명 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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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17일 김성주 제19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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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이 지난주 정부 대신 외환시장에 실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환율 방어를 위해 동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낸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환율 흐름과 수급 변화를 근거로 국민연금이 환율 하락 압력을 만드는 방향의 전략적 환헤지를 가동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선물환 매도→시장 영향…시장 참여자 심리도 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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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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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외환시장과 증권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이후 특정 레벨에 맞춰 기금운용위원회 승인을 받고 전략적 환헤지를 시행하는 운영 방식을 버리고 환헤지를 수시적으로 탄력 있게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원래 자체 계산하는 장기평균 환율에서 일정한 표준편차(σ·시그마)를 적용한 환율 레벨을 전략적 헤지(위험회피) 레벨로 삼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승인을 받아 환헤지를 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자산 일부를 담보로 달러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제도 도입 이후 전무하다. 다만 약 1450원으로 추정되는 환율 레벨을 시장이 저지선으로 보는 관점이 팽배해진 시점에서 국민연금은 실행 방식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일주일 쯤 지나 전략적 환헤지를 실제로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구두 메시지를 냈고 시장에서는 역내 외환시장에선 매수 포지션 청산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은 구두 개입 영향력을 감안하더라도 단기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점을 주목한다. 단순한 심리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정부 조치와 함께 국민연금 환헤지가 현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환헤지에 대해 "개연성이 있어 보이고 1450원에서 1480원 사이에 환헤지가 들어갔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환헤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레벨이 나타났을 때는 상대적으로 환헤지를 풀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했다.

    실개입설은 환율 레벨이 펀더멘털 대비 높다는 지표와도 맞물린다. 국민연금은 헤외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전략적 10%, 전술적 5%를 합쳐 최대 15% 범위에서 환헤지를 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분석한 원화의 적정 가치(2024년 기준 1330원대)를 100원 넘게 웃도는 상태이자 시장 전망치 밴드의 최상단에 닿아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해외주식 자산은 531조7000억원 규모다. 국민연금이 원/달러 환율 1470원에서 홰외보유자산 10%에 대해 전략적 환헤지를 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헤지 투입 자금은 53조1700억원(362억달러)에 달한다.


    환율 경로에 따라 득실 엇갈려…53조 헤지 프리미엄= 12.7만명 1년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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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미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사용 환율방어 규탄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5.12.24.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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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헤지 득실은 환율 경로에 따라 갈린다. 환율이 계속 높아질 경우 환오픈(환율 변동에 자산 가치 변동을 그대로 노출) 상태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환차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차손을 방어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해당 선물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지불하는 비용은 환헤지 규모의 2% 대로 추정된다. 전략적 환헤지 비중을 10%(53조1700억원)로 했을 경우 포지션 유지비용만 1조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급액은 69만5000원(2023년 통계청 연금 통계)인 것을 감안하면 연금 수급자 약 12만7500명의 1년치 급여에 해당한다.

    최근 국민연금이 전략적 한화제 방안 마련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등 환율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면서 정부가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을 동원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환율이 급변할 때마다 국민연금의 역할과 기회비용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SNS(소셜미디어)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연금도 장기투자자로서 급격한 환변동에 따른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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