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개입, 4거래일 44원 내려… 年평균 환율은 1421원 ‘사상 최고’
“일시적으로 눌러 다시 오를 가능성”
“1400원대 고환율 뉴노멀 굳어져… 기업 경영에 변수-서민 물가 비상”
30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표시돼 있다. 올해 마지막 주간 거래를 마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9.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1.97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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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39.0원으로 마감하며 올해 마지막 주간 거래를 마쳤다. 외환 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등으로 4거래일 동안 환율을 40원 넘게 끌어내렸지만 연말 종가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1400원대 고(高)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지며 기업들은 환차손과 외화 조달 비용 증가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가 산정부터 투자·차입 계획까지 새해 경영 판단 전반에 변수가 커졌다.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및 수입 가격 상승으로 서민 생활 물가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 역대 최고 연평균 환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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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2원 오른 1439.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1.97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7원)보다 높았다. 사상 최고치다.
하반기(7∼12월)에 계속 오른 원-달러 환율은 23일 1483.6원까지 치솟았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이어지고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증가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외환 당국이 전방위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을 사면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비과세하는 방안을 내놨다. 은행이 달러를 과도하게 보유하지 않도록 감독 유예 조치 등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했고, 외환 당국자는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다각도의 개입에 환율 고공행진은 일단 제동이 걸리며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동안 44.6원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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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마지막 환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지막 거래일 환율은 기업 외화자산·부채, 금융기관 건전성 지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거래 시간 동안 이뤄진 외환거래의 환율과 거래량을 바탕으로 ‘매매기준율’이 산정되고, 기업들의 자산과 부채는 매매기준율을 기준으로 환산된다.
● 기업 경영 계획 수립-서민 물가 전방위 비상
기업들도 이날 마감 환율을 예의주시했다. 매매기준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기업들의 달러 부채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항공사 항공기 리스료(리스 부채), 석유화학 기업 원유 수입 외상 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원가 비용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부채비율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등은 이날 결정되는 외화 대출 취급을 확 줄이고 외화 표시 채권을 내다 파는 등 분주했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면 위험가중자산(RWA)도 함께 커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환율 부담으로 외화자산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환율은 일시적으로 눌렸지만 내년에 다시 오르면 악영향은 커질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석유 판매가격이 높아지면 공산품을 비롯한 전방위적 물가 불안이 예상된다. 쌀 정도를 제외하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특성상,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구매력이 약화돼 서민 지갑이 얇아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고환율 불씨는 여전하다. 주간 거래 이후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폭을 키워 1440원대로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에도 1400원대 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12곳이 내놓은 향후 3개월 원-달러 환율 전망 평균치는 1440원으로 집계됐다. 12개월 전망치 평균도 1424원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약세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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