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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 (토)

    [사설]사과는 '찔끔' 보상은 '꼼수'...쿠팡, 이래도 미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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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1조 6850억원 규모의 비현금 보상안을 내놨다. 개인 정보가 유출된 고객 3370만 명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총액으로만 보면 적지 않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피해 구제보다 오히려 마케팅에 초점을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보상은 쿠팡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 지급으로, 5만원을 다 쓰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쿠팡 안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성격의 보상금액은 5000원에 그친다. 음식 배달 앱 쿠팡이츠 이용권 5000원을 합쳐도 1만원이다. 나머지는 수십만원대의 여행상품과 명품을 취급하는 쿠팡트래블(2만원), 알럭스(2만원)에 배정해 여기서 고가 상품을 추가로 구입해야 쓸 수 있다. 이러니 고객들 사이에서 “성난 여론을 어떻게든 무마하고 국회 출석을 모면해보려는 꼼수로 말이 보상이지 실제로는 고가 상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기까지 꼼수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려 든다는 소비자들의 신랄한 비판을 쿠팡이 제대로 듣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부터 쿠팡은 고객과 여론의 지탄을 받아 왔다. 실질적 기업 지배권을 가진 김범석 의장의 국회 출석 불응과 자체조사를 둘러싼 의문점들도 한 달째 그대로다. 충격적인 초대형 유출 사태가 발생했지만 덩칫값도 못한 채 고객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기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번 보상안도 외부로 회사의 현금 유출은 없는, ‘충당 부채’ 활용의 일종의 회계상 대응이어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실망한 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집단소송이나 과징금 제재 같은 ‘사법리스크’를 줄이려는 선제조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쿠팡은 정석 대처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다분히 꼼수적인 보상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실질적 지배 총수가 나와 사과든, 사태 발생에 대한 가감 없는 경위 설명이든 필요한 조치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믿을 만한 재발방지책을 내놓는 게 순리다. 실질적 최고 책임자가 국경 너머에 숨어 어물쩍 넘어가겠다고 할 일이 아니다. 이런 기본 책무는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 하는 것이다.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기업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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