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예수' 밈 번지며 전 세계서 '화제'로
조용했던 마을, 명소로… 수익 대부분 기부
19세기 스페인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가 그린 '에케 호모'의 원본(왼쪽 사진부터)과 손상된 버전, 20세기에 활동했던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복원한 버전. 스페인 보르하 연구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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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 성당의 예수 벽화를 복원하려다 '원숭이'처럼 그려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스페인의 아마추어 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2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스페인 보르하시의 에두아르도 아릴라 시장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절하고 자비로웠던 히메네스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히메네스는 2012년 보르하시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에 있는 19세기 벽화 '에케 호모'('보라, 이 사람을'이라는 뜻)의 복원을 맡았다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당시 벽화는 습한 환경 탓에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는데, 예산이 부족했던 성당은 오랜 신도이자 그림에 소질이 있던 히메네스에게 복원을 맡겼다.
하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히메네스가 다시 그린 벽화 속 예수의 얼굴은 원숭이를 닮아 있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엉성하게 복원된 벽화에는 '원숭이 예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벽화 속 예수 얼굴을 여러 명화에 오려 붙인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생겨났다.
스페인 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19세기 벽화 '에코 호모'를 복원하며 예수를 원숭이처럼 표현한 것을 풍자하는 인터넷 밈. 왼쪽 사진은 예수의 모습을 원숭이에서 더 나아가 사자로 만들었고, 가운데와 오른쪽은 각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원숭이 예수' 얼굴을 붙여 넣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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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난이 '환호'로 바뀌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관광객이 이 벽화를 직접 보기 위해 보르하시를 찾았다. 연간 방문객 5,000명 정도였던 마을에는 그 이듬해에만 4만 명 이상이 찾아왔고, 60만 유로(약 10억1,657만 원)의 수익금도 발생했다. 히메네스에게는 계약에 따라 '에케 호모'를 활용한 기념품 판매 수익의 49%가 주어졌지만, 그는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이후 벽화를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등장했음에도, 성당은 히메네스의 복원 버전 벽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벽화는 현재 유리 보호막 뒤에 보관돼 있다. 시에 따르면 지금도 매년 1만5,000~2만 명의 관광객이 보르하를 방문해 벽화를 관람한다. 아릴라 시장은 "전 세계 사람들은 '에케 호모' 복원 건으로 히메네스를 알고 있으나, 우리는 그전에도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기억한다"며 "성당을 깊이 사랑했던 히메네스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적었다.
2012년 8월 28일 스페인 보르하시의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에서 관광객들이 '에케 호모' 복원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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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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