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부지 퇴역 군용기 보관하거나 폐기
상태 유지 차원서 모든 항공기 연료 제공
70%는 유사시 수리 거쳐 현역으로 복귀
韓 퇴역한 항공기 ‘기만용 가짜모형’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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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이 운용한던 폭격기, 공격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다목적기 등이 퇴역하면 옮겨져 보관되는 곳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데이비드-몬탄 공군기지 소속 ‘제309항공우주정비 및 재생전대’(309 AMARG)다. 퇴역한 군용기 4400여 대를 보관하고 있어 ‘항공기의 무덤’(AMARC·Aerospace Maintenance and Regeneration Center)으로 불린다.
지구의 하늘을 누비며 미국의 군사적 힘을 과시했지만 오랫동안 사용해 내구연한을 초과하거나 급변하는 전장환경에 맞지 않아 퇴물로 전락한 항공기들의 마지막 휴식처인 셈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미니어처를 보는 착각이 든다. 그러자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가운데 70%는 유사시 수리를 거치면 현역으로 복귀할 수 있다. 노후 전투기 보관소인 것이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의 특별 관리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항공기는 모두 연료를 제공한다. 엔진을 비롯해 주요 부위도 밀봉 라텍스 스프레이로 보호한다. 이렇게 보관 처리했기에 필요하면 언제든 이들 항공기를 정비하면 곧바로 비행할 수 있어 현역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이처럼 한 번 퇴역한 후 사막에서 보관하던 항공기를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 있겠지만 우리 군도 여기서 들여온 기체가 있다. 바로 해군 제61해상항공전대 제615비행대대 소속으로 지난 5월 29일 해군항공사령부가 있는 경북 포항경주공항 인근 야산에 훈련 중에 추락한 ‘P-3CK’ 해상초계기다. 퇴역하고 이곳에 보관 중이던 P-3C 8대를 가져와 개조해 운용 중이다.
이는 한국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미국은 우방국들이 원한다면 또는 정치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이곳의 군용기를 판매하거나 군용기를 보관해주기도 한다. 예컨대 파키스탄 같은 경우 한국처럼 이곳에 보관 중이던 F-16 전투기를 샀다. 노르웨이 같은 경우엔 자신들이 퇴역시킨 C-130을 보관 중이다.
항공기 무덤이 이곳에 생기게 된 배경에는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크다. 모하비 사막에 자리한 AMARG의 환경은 적은 강수량과 알칼리성 토양, 높은 해발 고도로 기체의 부식과 손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오랜 시간 딱딱하게 다져진 지표면은 비행기를 거치하고 이동하기 위한 별도로 포장 작업이 필요하지도 않다. 축구장 1400개, 11㎢ 부지에 4400여대가 넘는 퇴역한 미군 군용기가 가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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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 미국은 데이비스 몬탄 공군 기지에 처음에는 B-29와 C-47 등을 보관하기 위한 시설로 조성했다. 그러나 이후 시설이 확장되고 임무 및 사업이 늘어나면서 공군의 퇴역기 뿐만 아니라 해군, 해병, 육군의 퇴역기와 미사일과 인공위성, 우주 자산도 보관 및 처리하고 있다.
폐기하는 기체의 사용 가능한 부품은 예비 부품으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2005년 한 해만 1만 9194개의 부품들이 5억 6800만 달러(약 8200억 원)에 판매된 바 있다. 주요 부품을 회수한 기체는 카페나 전시장 등의 용도로 일반에게 판매된다.
이곳에서 보관 중인 항공기는 크게 5가지 기준에 따라 보존, 관리 된다.
첫 번째 ‘Type 1000’ 상태는 비행가능 상태로 복귀가 가능한 상태의 항공기들이다. 부품의 동류전용은 금지되며 매 6개월마다 보존검사를 받고 매 4년마다 재보존처리를 받는다. 가장 최근에는 퇴역 후 ‘Type 1000’ 상태로 보관 중이던 계 최초의 스텔스 전폭기 F-117 ‘나이트호크’를 정비해 가상적기 비행대로 복귀시킨 바 있다.
두 번째 ‘Type 1500’ 상태는 완전한 보존처리 상태로 부품의 동류전용은 금지하지만 재보존처리는 하지 않는다. 세 번째 ‘Type 2000’ 상태는 보존처리의 수준은 같지만 부품의 동류전용을 위한 장착 및 탈착이 가능하고 재보존처리 하지는 않는다.
네 번째 ‘Type 3000’ 상태는 비행가능한 수준으로 임시로 저장되는 방식이다. 저장 관리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Type 4000’은 최소한의 보존이다. 엔진은 분리해 보존처리 한다. 주요 부품은 국방물자 재이용 판매소(DRMO·Defence Reutilization and Marketing Office)를 통해 매각된다. 사실상 처분 대기 상태다.
참고로 한국 공군은 퇴역한 항공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공군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24년 6월 퇴역한 F-4E ‘팬텀’ 항공기 12대 중 1대는 역사적 의미와 기념물로서 가치 보존을 위해 ‘군사재용’(군역사자료)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나머지 항공기는 ‘디코이’(decoy·기만용 가짜모형) 전투기로 공군 내에서 활용한다.
공군은 퇴역 항공기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반기 1회 재활용 계획을 수립, 심의해 군내 활용, 대외 대여 및 양도 등 재활용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다만 군내외 활용 중 오랜 기간 운영 및 전시돼 더 이상 사용이 어려운 항공기의 경우에 공매를 통해 폐품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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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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