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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투데이 窓]아카이브, 웹툰산업 도약의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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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지난 연말 부천에서 열린 웹툰 아카이브 컨퍼런스에서 '아카이브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발표를 준비하며 디지털 시대 기록과 아카이브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든 기록은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인간활동, 창작과정, 사건·사고 등은 모두 데이터로 남는다. 데이터에 의미가 부여되고 형태화된 것이 기록이며, 기록을 체계화한 것이 아카이브다. 아카이브는 기록을 선별해서 정리하고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든 사회적 장치를 말한다. 단순한 기록저장고가 아니라 뭘 남기고 뭘 버릴지를 결정하는 선택체계이자 미래를 위한 장기 기억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기록유산을 집단 정체성과 미래 변화의 기반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오늘날 디지털 전환은 기록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기록대상은 최종 결과물만이 아니다. 창작 초안, 수정이력, 유통환경, 이용자 반응과 참여 등이 모두 기록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산과 소비,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현상도 아카이브 구축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아카이브 대상과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기록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함께 발표한 문경수 과학탐험가가 강조했던 한 문장은 자못 인상적이었다. "탐험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기록이 남지 않는 탐험은 과학이 될 수 없고, 기록 없는 문명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아카이브의 본질이기도 하다. 자연탐사와 마찬가지로 문화와 산업도 기록과 아카이브를 통해 발전하고 진화한다. 특히 웹툰은 태생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된 콘텐츠이기에 아카이브 구축이 절대적이다. 작품 완성본은 물론이고 콘티와 시나리오, 작가의 수정과정, 플랫폼의 기술적 환경, 댓글과 소비패턴까지 모두 아카이브의 대상이다. 이 방대한 데이터가 체계적인 아카이브로 구축된다면 웹툰산업의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웹툰 종주국이다. 웹툰이라는 디지털만화 형식과 산업모델이 처음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세로 스크롤 방식과 플랫폼 기반의 연재, 수익구조도 한국에서 시작돼 세계 웹툰산업의 표준이 됐다. 특히 한국에서 웹툰은 드라마·영화·게임으로 확장되는 핵심 원천 IP로 자리 잡았고 K컬처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창작과 플랫폼과 IP의 결합은 한국을 세계 웹툰산업의 중심 국가로 만든 원동력이다. 주지하다시피 '스위트 홈' '지금 우리 학교는' 'D.P.'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인기작은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이렇게 K컬처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웹툰산업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웹툰 아카이브 구축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지키려면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더 많은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웹툰 아카이브는 단순히 만화 웹툰 DB를 구축하려는 게 아니라 웹툰 진화과정을 낱낱이 기록해 장르 변화와 시장흐름을 분석하고 정책과 투자, 산업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원천 인프라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아카이브는 과거의 창고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설계도다. 가령 NASA는 과거 모든 임무기록을 아카이브로 구축해 다음 우주탐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웹툰 아카이브도 NASA 아카이브와 다를 바 없다. 축적된 웹툰기록은 새로운 창작의 참고자료가 되고 방대한 데이터 분석은 웹툰산업 미래전략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연구와 교육을 위해서도 아카이브는 필수다.

    중요한 점은 아카이브를 시장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의 축적과 표준화, 공공 접근과 활용 등 정책지원과 전략적 거버넌스가 불가결하다. 설사 웹툰 플랫폼은 민간이 운영하더라도 웹툰 아카이브는 공공재로 구축해 산업적,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새해에는 웹툰 아카이브가 새로운 가치의 배양소이자 웹툰산업 도약의 발판으로 자리 잡길 희망한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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