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대개 소설 ‘삼국지연의’를 가리킨다. 그러나 삼국지의 원형은 이야기책이 아니라 역사서다. 진나라 사관 진수(233∼297)가 위·촉·오 삼국 역사를 기전체로 편찬한 정사(正史) ‘삼국지’가 그 출발점이다.
글항아리판 ‘정사 삼국지’는 국내 최초로 ‘배송지 주(注)’를 완역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배송지(372∼451)는 누구인가. 진수가 싣지 않은 사실 중 마땅히 보존하고 기록해야 할 것들을 채집해 빠진 역사를 보충한 인물이다.
진수·배송지 지음/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22만5000원 |
삼국을 통일한 왕조는 사마씨의 진나라다. 진나라의 관리였던 진수는 통일 직후인 280∼290년 정사 ‘삼국지’를 집필했다. 그러나 진수의 문체는 지나치게 간결하고 근엄해 삼국 역사의 다면적 면모와 다양한 자료를 빠뜨렸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더구나 진나라 관리였던 진수는 한→위→진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정통으로 인식해 위·진에 유리한 사료를 많이 인용하고, 불리한 사료는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한계를 보완한 인물이 남조 송나라의 배송지다. 진수 사후 약 140년이 지난 5세기 초, 송나라 문제는 중서시랑 배송지에게 삼국 시대의 다양한 기록을 모아 ‘삼국지’에 주석을 달도록 명했다. 어명을 받은 배송지는 각종 기록을 집대성해 429년 무렵 원문에 맞먹는 분량의 방대한 주석을 완성했다. 이것이 오늘날 ‘삼국지’의 가치를 완성한 ‘배송지 주’다. ‘삼국지’ 원문이 약 36만자, ‘배송지 주’는 약 32만자에 이른다.
번역판은 진수의 ‘삼국지’를 번역한 부분과 배송지 주를 번역한 부분을 구분하되 같은 지면에 배치해 독자가 읽기 쉽도록 배치했다. 배송지가 교감이나 비평을 위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대목은 별도의 단락으로 구별하고 전체 문장을 고딕체로 처리해 시각적으로 구분된다. ‘위지’ 4권, ‘촉지’ 1권, ‘오지’ 2권에 더해 마지막 권 ‘정사 삼국지 사전’은 주요 인물 계보도, 연표, 관직 종류와 품계를 정리해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약 70만자에 달하는 원문을 완역한 이는 김영문 박사다. 옮긴이 머리말에서 그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도 ‘배송지 주’ 읽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며 “초등학교 때 ‘삼국지연의’를 처음 읽을 때와 비슷한 독서 홀릭 상태에 빠진” 경험을 고백한다. 2020년 가을 완역을 결심한 그는 5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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