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사령탑 없이 무려 16개월을 버틴 데 대해 조직의 응집력과 함께 말없이 현장을 이끌어온 유 현석 원장 직무대리의 힘이 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당시 연임을 기대할 수 있었던 조 현래 원장(전 문화부 종무실장)이 자신의 임기 만료에 즉각 사임하면서 한콘진의 불안한 앞날을 예고해 준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후임 원장 임명 소식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정가 안팎의 소문에 의하면 그 카드를 용산에서 쥐고 있었는데, 정작 주무부처에 이를 던져주질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막판에 다른 유력인사가 용산 실세와 손이 닿으면서 새로운 유력 인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비상계엄 시국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유야무야 됐다. 뒤늦게 A대학 B교수를 후임 원장으로 내세우려 했으나, 시기적으로 논란만 야기할 수 있다며 계획이 취소됐다.
결국 유 현석 부원장이 직무대리란 꼬리를 달고 한콘진을 이끌게 됐다. 사실, 그는 산업계에 그다지 알려져 있는 인물이 아니다. LG애드에서 콘텐츠 제작 및 기획 파트에서 일을 해 온 30여년 경력의 베테랑 인사라는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런 그가 무려 1년 4개월여 기간의 한콘진의 살림을 혼자 도맡아 꾸려온 것이다. 그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공적에는 미치지 못한다는게 한콘진 안팎의 평가다.
한콘진의 새 수장으로 영화배우 이 원종 씨가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 주변에선 그의 발탁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와의 오래된 지인인데 다 그간 그가 보여준 여러 일들에 대한 처리 방식과 뚝심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실제로 열렬한 이 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렇게 되자,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이 씨의 발탁에 대해 아주 못마땅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의 주 모 의원 같은 이의 경우 함량 미달인 인사를 무려 6천억 원에 가까운 콘텐츠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의 수장으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상황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자 이번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먹을 불끈 쥐고 나섰다. 예컨대 한마디로 대중 예술인이라고 깔보는 행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것이냐며, 이전 문화 장관을 역임한 탤런트 유 인촌 씨를 빗대 논리의 빈곤함을 꺼내들었다.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쯤 정도에 이른다면, 기관장 임명을 앞두고 사전에 시험을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으로 대상자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누가 적합한지를 놓고 블라인드 방식으로 적합성 여부를 따질 것인가. 한마디로 이는 블랙코메디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역대 한콘진 원장 평가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는 인사를 꼽는다면 겨우 한 두 사람에 불과하고, 발탁된 인사들 역시 정치 사회적으로 그렇게 이름을 드높이던 이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또 오히려 기관에 누를 끼친 이들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스펙이나 배경에 목숨을 걸고 인선에 매달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한콘진이란 기관의 장이란 인물이 꼭 스펙이나 배경이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균형적 감각만 지니고 있다면 무리가 없다. 더군다나 한콘진은 이전 여러 기관들이 모여 통합을 이뤄 출범한 기관이다. 방송과 출판 애니메이션 게임 등 여러 장르가 혼재돼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물리적인 통합은 이루고 있지만 과연 화학적 결합까지 실현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쉽게 장담키 어렵다. 한 쪽으로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관장은 오케스트라의 콘닥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강약을 조절하고 빠르고 느림을 살펴봐야 한다. 또 관객들이 희망하는 레파토리를 사전에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청중으로부터 환호를 받는다.
특히 기관의 컨트롤 타워는 부지런해야 한다. 자기 자리만 지키며 앉아있는 기관장은 한마디로 영점짜리다. 불러주지 않아도 찾아가서 얼굴을 내미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규모 큰 기관에 그런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 이들, 이들이 다름아닌 함량 미달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박 지원 장관(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금은 지나치다시피 할 정도로 행사장에 참석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법한 일이었다.
어느날 필자가 박 장관에게 이런 연유에 대해 물어봤다. 그런데, 그의 답은 아주 간단 명료했다. "내가(장관이) 행사장에 가서 얼굴을 비춰주면 그들이 신명나게 일을 하지 않겠는가"하는 것이었다. 우문 현답이었다.
한콘진이란 기관의 장은 내일의 스펙을 쌓기 위한 과시의 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일만 하라고 주어진 역동의 자리란 것이다. 그나저나 정부는 뭐하고 있나? 화급을 다투는 마당에 여전히 미적거리고.
[본지 발행인 겸 뉴스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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