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애플도 쓴맛을 봤다. 지난해 스마트폰 업계의 화두였던 '초슬림폰' 이야기다. 얇은 두께는 매력적이었지만, 비싼 가격 대비 떨어지는 성능 탓인지 국내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장에 모토로라가 도전장을 냈다. 무기는 '가성비'다. 가격을 경쟁사 모델의 3분의 1 수준으로 확 낮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전략은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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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모토로라'다. 우리에겐 과거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TV광고를 했던 '레이저(RAZR) 시리즈'로 친숙한 업체다. 1983년 세계 최초의 상용 휴대전화 '다이나택 8000X'를 출시해 '손 안의 전화기' 시대를 열어젖힌 회사지만, 이후 삼성전자ㆍ애플 등 후발주자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3년 세로로 접는 플립형 폴더블폰 '레이저40 울트라'를 선보이며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2년 만에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베이스트리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플립형 폴더블폰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점유율(출하량 기준) 78.0%를 기록해 폴더블폰 업계 1위인 삼성전자(22.0%)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미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놀랄 만한 기록이다.
그 덕분에 모토로라는 글로벌 시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이하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기록해 삼성전자(64.0%)와 화웨이(15.0%)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과거 글로벌 히트작이었던 '레이저'의 폼팩터(외형)에 폴더블폰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게 카운터포인트의 분석이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모토로라는 최근 신제품을 들고 한국 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지난 22일부터 KT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지금의 모토로라를 만들어준 폴더블폰을 들고 온 건 아니다. 한국 시장을 뚫을 무기로 선택한 건 지난해 11월 글로벌 출시한 초슬림폰 '모토로라 엣지 70'이다.
모토로라의 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제품을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께다. 5.99㎜로 5개월 앞서 출시한 '모토로라 엣지 60(7.99㎜)'보다도 2㎜ 더 얇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이 정도 두께의 스마트폰을 '초슬림폰'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5월 출시한 '갤럭시S25 엣지(5.8㎜)', 애플이 9월 선보인 '아이폰 에어(5.6㎜)'가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초슬림폰은 각 사 라인업에서 '고가 프리미엄 모델'로 분류돼 있는데, 그래서인지 모토로라 엣지 70에도 '프리미엄'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다. 흥미로운 건 삼성전자와 애플의 초슬림폰이 실제로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인 반면, 모토로라 엣지 70 국내 출시 가격은 55만원에 불과하단 점이다.
유럽 판매가(699파운드ㆍ약 133만원)와 비교하면 58.6%나 인하한 수준인데, 이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해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모토로라의 전략적인 판단을 엿볼 수 있어서다.
[자료 | 모토로라, 사진 | 모토로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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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제 성능은 '프리미엄'다울까. 업계 평가는 냉정한 편이다. 우크라이나의 IT전문매체 루트네이션은 지난해 12월 5일(이하 현지시간) 기사에서 "전반적으로 시스템 작동이 매우 부드럽고 빠르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스냅드래곤7 4세대'가 진정한 플래그십 성능을 내진 못한다"고 지적했다.[※참고: 스냅드래곤7 4세대는 모토로라 엣지 70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AP는 스마트폰의 모든 동작을 처리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인도의 IT전문매체 기즈봇(Gizbot)도 지난 2일 기사에서 "스냅드래곤7 4세대는 탄탄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동급 최고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대신, 절대적 성능이 아닌 실사용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줬다.
기즈봇은 "눈에 띄는 부분은 발열 제어 성능"이라면서 "CPU 스로틀링(발열 억제) 테스트에서 성능이 4%만 저하됐는데, 얇은 두께를 감안하면 인상적인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진짜 플래그십' 스마트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얇은 외형과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면 성능이 나쁘지 않다는 거다.
관건은 뛰어난 가성비를 가진 '얇은 폰'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모토로라의 전략은 맞아떨어지느냐다. 초슬림폰은 현재 스마트폰 업계에선 '흥행에 실패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을 선도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출시 당시 갤럭시S25엣지의 한달 판매량은 19만대에 그쳤다(하나투자증권). 같은 기간 갤럭시S25가 117만대, 갤럭시S25 울트라가 255만대를 기록한 걸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애플 아이폰 에어도 판매량이 저조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미국ㆍ중국에서 출시 후 아이폰 에어의 10일간 판매 비중은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3%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고사양 모델인 아이폰17 프로와 프로맥스가 전체 판매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초슬림폰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 '비싼 가격 대비 낮은 성능'을 꼽는다. 일례로, 갤럭시S25엣지(149만6000원)의 연산성능은 기본 모델 갤럭시S25(115만원)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둘 다 같은 AP(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탑재하고 있어서인데, 가격은 갤럭시S25엣지가 34만원 더 비싸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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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 배터리 성능에선 오히려 기본 모델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께를 최소화하느라 배터리ㆍ렌즈 소형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미국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 헤드라인의 지난해 10월 2일 기사를 보자.
"… 사용자들은 초슬림 설계에서 수반되는 절충을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얇은 디자인은 배터리와 냉각 시스템, 카메라 렌즈 크기를 제한한다…. 오늘날 플래그십 구매자는 날렵하지만 약해 보이는 디자인보다 실제 성능을 우선한다."
소비자들이 얇기만 하고 가격은 비싼 초슬림폰은 원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런 시장 상황은 모토로라에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언급했듯 모토로라 엣지 70의 국내 가격(55만원)이 삼성전자ㆍ애플 초슬림폰의 3분의 1 수준이라서다. 특히 두께를 줄이면서도 배터리 용량(4800mAh)과 카메라 화소(5000만 화소)를 희생하지 않은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다른 IT전문 아마추어포토그래프는 지난 10일 기사에서 "모토로라 엣지 70은 놀랄 만큼 얇고, 견고한 카메라 성능과 동급 최고 수준의 배터리 수명을 갖췄다"면서 "비싼 초슬림폰 경쟁에서 뛰어난 가치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가성비로 승부하겠단 모토로라의 전략은 초슬림폰 인기가 한풀 꺾인 국내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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