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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소변 한 방울로 검사 뚝딱”...30년만에 기생충학 후계자 등장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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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슈바이처’ 꿈꾸며 열대의학 공부

    코로나19로 WHO 대신 서울의대 진학

    서민 교수 이후 30년 만에 열대의학 후계자

    “韓, 기생충 극복했지만 여전히 중요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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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기생충을 퇴치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 공중보건 분야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많은 선진국에서는 열대질병이 ‘없어진 질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인 병이기도 합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진한나(38)씨의 수식어는 독특하다. 의대 학부 출신으로는 30년 만에 서울대 의대 기초의학교실 가운데 ‘열대의학교실(기생충학교실)’의 명맥을 잇는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진 씨의 전임자는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다. 1991년 서 교수가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에서 학위 과정을 시작한 지 꼭 30년 만인 2021년 진 씨도 의대 대학원으로 돌아왔다.

    열대의학교실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감염병과 기생충을 연구한다. 위생적인 환경을 갖춘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인 까닭에 신약 연구·개발이 늦어져 소외열대질환(NTDs)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진 씨는 어린 시절부터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처럼 아프리카·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어 왔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학부를 졸업한 진 씨가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고 곧장 해외로 떠나 열대질환을 탐구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인턴십을 마치고 영국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LSHTM)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던 진 씨의 전환점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진 씨는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국으로 귀국하게 됐다”면서 “코로나가 3년간 유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어서 당초 계획했던 박사 과정을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기생충 감염이 일상이던 빈곤국이었다. 1971년 제1차 전국 장내 기생충 감염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84.3%였다. 그러나 이후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위생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구충약 복용이 일상화되면서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1981년 41.1%→1992년 3.8%→2013년 2.6%로 급격히 낮아졌다. 현재는 자연산 민물고기 섭취로 인한 간흡충 감염이 일부 남부지방에서 발생하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인의 체내에서 기생충의 흔적은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진 씨는 한국에서도 열대의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대의학은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유행하기 전 개입(intervention)과 감시(surveillance)를 통해 이를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국제화와 이동 수단의 발전으로 해외 교류 범위가 넓어졌고 지구 온난화가 지속돼 말라리아 같은 열대질환이 점점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되는 만큼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아프리카·동남아시아 기생충 퇴치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친다. 세계 유일의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한국도 ‘기생충과의 전쟁’을 겪었다는 점에서 빈곤국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통해 주혈흡충 감염 진단키트를 개발한 진 씨는 다음달 가나로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특허를 출원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시제품을 실험해본 뒤 WHO의 소외열대질환 진단기기로 등록을 마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진 씨는 진단키트에 대해 “비싼 장비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파워뱅크로 전원을 공급한 뒤 소변을 확보하면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어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의사과학자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별법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의사과학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진 씨는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전하기도 했다. 진 씨는 “4년간의 정부 지원이 끝나 다른 활동을 통해 현재 체재비와 연구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로 떠나야 하는 경우에도 출장비가 한정되어 있어 연구자가 이를 쪼개어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기초의학 분야에서도 의료인류학, 의료관리학 등 실험과 거리가 먼 분야는 연구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임상의가 아닌 기초 연구의 길을 가기로 한 건 큰 결심이다. 이러한 결심이 이어지도록 지원이 확대된다면 기초의학 분야에서도 더욱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과학자에 대해 “실험·연구 결과를 해석한 뒤 이를 다시 임상의학에 적용하는 번역자”라고 정의한 진 씨는 “가난하고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며 인류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밝게 웃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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