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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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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재 “中은 R&D 퀀텀점프…韓, 관료주의 극복해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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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재 중국 하얼빈 공대 생명공학센터 교수

    새롭고 미국 하지 않은 R&D 권장

    톱클래스 연구자 영웅대접·파격 투자

    中, 미국도 제칠수 있다는 느낌 들어

    韓. 적당히 지원·논문 낼 정도만 연구

    리더십·정책 일관성 부재 총체적 부실

    창의적 연구문화 정착 위해 혁신해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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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교수 등 연구자에게 완전히 새롭거나 미국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라고 권장합니다. 더 이상 한국처럼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은 통하지 않아요.”

    김우재(사진) 중국 하얼빈 공대 생명과학센터 교수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 교수들은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아도 성과에 따라 3년 또는 6년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파괴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적 연구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박사후연구원 등을 거쳐 캐나다 오타와대 조교수를 하다가 2021년 중국 ‘만인계획’의 일환으로 하얼빈 공대로 옮겼다. 그는 동물 전임상 연구에 활용되는 초파리를 통해 인간 질병 모델 등을 연구한다.

    우선 그는 중국 과학기술 경쟁력이 1990년대부터 본격화한 투자에 힘입어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수직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며 앞으로 따라잡을 국가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 논문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2025 CWTS 라이덴 랭킹’에서 최근 중국 대학들은 1~9위 중 3위(하버드대)를 제외하고 모두 차지했다. 1위인 저장대의 경우 칭화대나 북경대 등에 밀리다가 항저우 지방정부의 획기적인 투자와 개방적인 문화 구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 그는 “정부가 연구비 지원이나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는 하얼빈 공대 등 전국 주요 대학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며 “기초과학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기술 사업화까지 연결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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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중장기 투자와 리더십, 나아가 이를 담아내 증폭시키는 문화가 하나로 모였을 때 초일류 대학이 만들어진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노벨상급 연구자라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급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영웅 대접을 하며 파격적인 대우를 한다”며 “톱클래스 연구자에 대해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끼리 겸직도 허용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엄청난 연구자가 아니면 과기계 리더 자리를 주지 않는다”며 “40세 전후 연구자라도 우수한 연구능력이 있으면 200~300명의 주요 연구 책임자(PI)를 거느린 연구소를 책임지기도 한다”고 했다. 결국 리더십과 분야별로 세계 톱이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는 게 중국 연구계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중국에 둥지를 튼 것도 연구 지원과 철학 측면에서 캐나다는 자신의 기준에 모자랐고 한국은 아예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 대학에서 미국 내 연구자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교수·연구자·대학원생에 요구하는 기준이 매년 높아져 거의 미국과 맞먹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과학기술 투자에 제동이 걸린 미국에 비해 중국에서 과학기술 퀀텀점프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기술 경쟁력에서 유럽을 제친 것처럼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칠 수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게 김 교수의 고백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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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같은 과학기술 리더십 문제와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연구자들이 눈치를 보며 혼란스러워한다는 일침도 가했다. 연구자들의 수준에 비해 정부와 대학의 행정 지원 능력이 떨어지고 관료주의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과거 해외 우수과학자 ‘브레인 풀’ 초빙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출연연구원 근무 경험이 있는 그는 “한국 연구자가 ‘꼭 필요한 장비를 마련하는데 3년이 걸렸는데 평가는 1년 단위’라고 하더라”며 “한국 교수나 연구자들은 연구 자체보다 연구비를 따는데 혈안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창의적 연구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개발(R&D) 지원기관의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한중 R&D 환경과 관련, “중국은 확실히 지원하고 성과로 판단하는데 비해 한국은 적당히 지원하고 관료주의 체계로 관리한다”며 “한국 연구자들은 적당히 논문을 낼 수 있을 정도만 연구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한국 대학이나 출연연에서 연구하는 이는 젊은 사람 위주이고 과기계 리더급은 관료나 정권과 친한 사람이 가는데 이런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공허한 허상을 좇았고 윤석열 정부는 아예 R&D 예산을 싹둑 삭감하며 과학기술 생태계를 훼손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인공지능(AI)에만 집중 투자해 연구자들이 불나방처럼 AI에 달려든다. 다양한 조합을 통해 유연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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