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전 설화 바탕 슬픈 사랑 이야기…24년 만에 재연
동서양 조화 이룬 음악·한국적 영상미·극적인 군무 '풍성'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모습 |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의 대표 민중 설화 도미전은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다.
백제의 개로왕은 정절을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도미의 아내를 탐한다. 도미 아내가 기지를 발휘해 동침하려는 자신을 속이자, 왕은 도미의 두 눈을 뽑아버린 뒤 내쫓는다. 도미 아내는 왕에게서 도망쳐 생이별한 남편을 찾으러 나서고 결국 도미를 다시 만난다. 이야기에는 권력의 잔인한 면모와 신실한 사랑이 드러난다.
지난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몽유도원'은 이런 이야기에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음악과 다채로운 영상으로 강렬함을 더했다.
2002년 초연 이후 24년 만에 재연하는 이 뮤지컬은 최인호 작가가 도미전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만든 제작사 에이콤이 재단장해 선보였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도미전과 같다. 백제의 왕 여경은 꿈속에서 본 여인 아랑에 욕망의 불길이 인다. 여경은 이윽고 아랑을 찾아내지만, 그녀는 목지국 후손들의 지도자 도미와 이미 결혼한 사이다. 여경이 아랑을 놓지 못하자 신하 향실은 그녀를 뺏을 계획을 세운다. 이후 여경이 아랑을 뺏고 도미의 눈을 다치게 하고 아랑이 여경에게서 도망치는 과정이 펼쳐진다.
뮤지컬 '몽유도원' |
작품은 우리의 전통 음악과 서양 음악을 모두 활용해 인물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드러냈다. 생이별할 위기에 처한 아랑·도미 부부와 그들을 갈라놓은 여경이 부르는 넘버 '죽여주소서'는 전자 기타로 극단의 감정을, 도미가 부르는 '어이해 이러십니까'에선 "부디 살아만 있어 달라"는 그의 간절함을 우리 장단으로 각각 표현했다. 때로는 한 곡에서 피아노와 국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색깔로 감정을 전달했다.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모습 |
적재적소에 배치된 영상은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여경의 꿈속 장면을 표현한 오프닝 무대 영상을 비롯해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 영상 등은 생생하게 다가오며 몰입감을 더했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산천을 표현한 수묵화 풍 영상은 그 자체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군무도 한층 무대를 극적으로 만드는 요소였다. 약 30명의 앙상블은 한국 무용 같은 부드러운 선으로 극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여경과 도미가 벌이는 내기 바둑은 군무의 백미였다. 서로 원하는 게 걸려 있다는 그 무게에 비해 단조로울 수 있는 바둑 장면은, 검은 옷과 흰옷을 입은 배우들이 승부의 흐름을 춤으로 표현해 긴장감이 돌았다.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모습 |
자신에게서 도망친 아랑을 찾아 헤매던 여경은 드디어 그녀를 발견한다. 그러나 아랑은 더 이상 여경이 꿈에서 봤던 모습이 아니다. 욕망에 눈이 멀어 결국 그것에 잡아먹히고 만 여경의 최후는 무엇일까. 음악과 영상, 군무가 어우러져 만든 강렬한 무대는 그 욕망의 덧없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공연은 국립극장에서 다음 달 22일까지 열린다. 4월부터는 서울 샤롯데씨어터로 옮겨 진행된다.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모습 |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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