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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데스크칼럼] 이재명식 ‘빅 푸시’와 집값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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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정부가 서울·수도권에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29일 공개했다. 수년째 공회전한 용산·태릉CC 부지와 노후청사 복합개발이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내놓을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걸 방증한다. 집값 급등의 진앙지로 정권을 뒤흔들었던 강남·서초의 물량은 878가구로, 1.4%에 그친다. 선호 지역에 꾸준히 공급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기엔 모자란다.

    집값 안정에 사활을 건 이재명 정부의 패는 ①공급 확대 ②부동산 세제 강화 ③지방 균형발전의 단기·중장기 3종 세트다. 이 대통령이 ②를 연거푸 강조한 탓에 집값 잡기 ‘빅 푸시(Big Push)’는 시장과의 전쟁 수준이 됐다. 이 세트를 톱니바퀴처럼 돌려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이 대통령의 공언을 증명하고 싶겠지만, 형세는 녹록지 않다.

    정부가 특별 조직을 꾸리고 마른 수건 짜듯 수개월간 쥐어짜 낸 ‘1·29 공급대책’엔 민간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할 용적률 완화안은 빠졌다. 주택 공급을 가속할 현실적인 지름길인데 후순위로 미뤘다.

    다주택자가 가진 구축을 토해내게 하겠다는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 방침은 자칫 기득권의 저항을 부를 고차 방정식이다. 이 대통령이 집값 안정화의 ‘끝판왕’처럼 돼 있는 보유세 강화와 아귀를 맞출 듯 시사하면서다. 양도세 강화에도 매물이 나오지 않거나 수도권 외곽 주택만 거래되는 흐름이 이어지면, 보유세로 압박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거위가 소리를 적게 지르게 하면서도 털을 많이 뽑아야 한다’는 조세의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자산가 거위가 세 부담을 전·월세에 얹으면 피해는 서민에게 간다. 보유세 강화를 실행하기엔 상당한 정치적 체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아울러 지방을 키우기 위해 주요 정부 부처 이전도 추진한다고 전해진다. 수도권 주택 수요 분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낙관하기 힘들다.

    애초 ‘빅 푸시’는 정부만이 경제가 도약할 시간을 정확히 맞출 수 있기에 동시다발적 산업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반도체+α’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워 성장의 과실도 공정하게 나누겠다는 올해 경제성장전략은 이재명식 ‘빅 푸시’다. 국가주도 발전 전략에 익숙한 데다 최전선에 기업이 포진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빅 푸시’는 성격이 다르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고 ‘직(職)보다 집’을 택할 공직자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은 10년간 집값이 60% 넘게 오르자, 최근 EU 차원의 첫 집값 대책을 냈다. 집값 폭등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봐서다. 주택 공급을 위한 ‘범유럽 투자 플랫폼’을 9월까지 만든다. 민간 자본을 집값 안정의 도구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대출·세금 규제를 돌려막기하는 한국 접근법과 딴 판이다. 정치색을 뺀 독립적 부동산 정책 협의체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 주택 가격 안정은 어느 한 진영의 성과나 실패로 환원할 수 없는, 공동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홍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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