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AI] AI 공룡들에 밀려 '생존 신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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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애플이 지난 2014년부터 유지해 온 TSMC 독점 체제를 깨고, 경쟁자인 인텔(Intel) 파운드리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까지 검토하는 등 생존을 위한 비상계획 가동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 "부르는 게 값"…메모리 시장 지배력 상실한 애플
가장 먼저 감지된 경고등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AI 서버 구축 열풍으로 인해 올해 D램 가격은 2023년 대비 4배, 낸드플래시는 3배 이상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애플은 압도적인 구매 물량을 무기로 공급사들을 쥐락펴락해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현금 꾸러미를 들고 온 AI 기업들의 주문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면서, 애플의 가격 협상력(Leverage)이 급격히 약화된 것. 실제로 팀 쿡 애플 CEO조차 최근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가격의 유의미한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용 부담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모펫(Craig Moffett) 모펫내선슨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원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고용량 모델 판매를 유도하는 업셀링(Upselling) 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마진율 방어는 가능하겠지만, 소비자의 가격 저항선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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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메모리 원가 상승보다 더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위협은 'TSMC 내 생산 우선순위 상실'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월가는 당장 눈에 보이는 재무제표상의 '마진율 하락'에 반응하고 있지만, 애플 경영진이 느끼는 진짜 공포는 물리적인 '줄서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메모리 칩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돈을 주면 구할 수 있는 '상품'의 영역이다. 수백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에게 메모리 값 상승은 재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비용'의 문제일 뿐,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아니다.
반면, 파운드리는 다르다. 현재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곳은 사실상 TSMC가 유일하다. 과거엔 애플이 TSMC의 '슈퍼 VIP'로서 가장 좋은 생산 슬롯을 할당받았지만, 지금은 엔비디아가 칩 하나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AI 가속기 주문서를 들고 TSMC 문 앞에 서 있다. 웨이퍼당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AI 칩을 두고, TSMC가 굳이 마진이 박한 아이폰 칩을 최우선으로 생산해 줄 유인은 사라지고 있다.
즉, 애플에게 있어 현재의 위기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원', 바로 TSMC의 최첨단 공정 슬롯 확보가 불투명해졌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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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기감은 애플이 12년간 철저히 배제했던 '인텔' 카드를 다시 꺼내 들게 만든 결정적인 트리거가 됐다.
제프 푸(Jeff Pu) GF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TSMC의 생산 능력 포화에 대비해, 2028년부터 아이폰 비(非) 프로 모델용 칩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했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애플이 2027년 중반부터 맥(Mac)과 아이패드용 보급형 칩 생산에 인텔의 1.8나노급(18A)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애플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위해 인텔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보험(Insurance)' 성격이 짙다고 분석할 수 있다.
최첨단 '프로' 모델의 칩은 TSMC에 맡기더라도, 레거시나 보급형 칩이라도 인텔로 돌려야만 전체 아이폰 출하량을 맞출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함에도 애플이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은, 그만큼 TSMC의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애플은 지금 '부품 단가표'를 걱정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한마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보다 먼저 웨이퍼를 배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입장권 확보 전쟁인 셈이다.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에서 애플이 밀린다면, 내년에는 돈이 있어도 아이폰을 제때 사지 못하는 초유의 공급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자존심을 굽히고 '적진'인 인텔에 손을 내미는 속사정이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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