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에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 단일 노조가 탄생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2026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반 단일 노조 달성이 검증되면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 법적으로 단체교섭권 등을 지니게 돼 협상력이 높아진다. 올해 임단협이 원활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향후 과반 노조와 사측 사이 갈등의 씨앗을 남기게 되는 셈이라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6년도 노사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7% 인상과 전체 영업이익 중 20%를 재원으로 삼아 상한선 없는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3% 인상에 현행 성과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요구와 사측 제안에 차이가 큰 만큼 조율이 쉽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 노조 “성과급 상한제 폐지하고, 책정 기준 바꿔야”
삼성전자는 현재 5개 조합이 활동하는 복수 노조 체제다. 이 중에서 규모가 큰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작년 11월부터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2026년 임단협’을 준비했다. 사측과의 본교섭은 작년 12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이뤄지고 있다. 사측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가장 최근 열린 7차 본교섭(1월 27일)에서 나왔다.
본교섭 회의록 등에 따르면 공동교섭단은 임단협을 시작하며 사측에 ‘핵심 사항 3가지’와 ‘별도 사안 15건’ 등 총 18건을 요구했다. 핵심 사항은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을 달라’는 게 골자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작년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기본급 인상률은 6%로 정하고, 기존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선(기본급 1000%)을 없애기로 했다.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이 중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는 10%씩 2년에 걸쳐 나눠 받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가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합의 내용에 따라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 정도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꾸린 공동교섭단이 2025년 12월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사측을 만나 임금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삼아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게 골자다. 공동교섭단은 OPI의 재원이 되는 EVA 산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 법인세·배당금·투자금 등 자본 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여기서 ‘자본 비용’ 산출 내용을 회사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전문적인 회계 지식이 없으면 기준을 알기도 어려워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교섭단은 이 밖에도 ▲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편 ▲CL4 통일 및 샐러리캡 개선 ▲주거안정대출 신설 ▲정기근속보상 개선 ▲명절상여금 신설 ▲2026년 노사 격려 자사주 30주 ▲복지포인트 상향 ▲고정시간외수당 단계적 폐지 ▲교대근무수당 대상 확대 및 인상 ▲의무 연차 소진 시 포상 신설 등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사측 “영업익 10% 성과급 지급하면 되레 줄어”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이 성과급 재원의 기준을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영업이익의 20% 도입’을 주장하자, 사측은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금 납부와 사업 지속을 위한 필수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구조에서, EVA 개념에 기초한 성과 보상 체계는 기업의 성장과 존속이라는 기본적 목적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삼성전자가 지급하고 있는 최소 배당 재원 규모가 SK하이닉스의 ‘배당에 성과급을 합한 금액’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양사의 성과급 재원 구조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단순히 같은 구조를 도입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사측은 또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OPI 지급률이 DS(반도체)·MX(스마트폰)·VD(TV) 사업부는 기존보다 더 낮아진다고 봤다. OPI 지급률 선정에 경영진 개입이 있느냐는 의혹에 대해선 “OPI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특정 손실을 제외한 사례는 있으나 불이익을 위해 조절한 적은 없고, 경영진의 개입 없이 정해진 산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사측은 이에 EVA에 기반한 현행 OPI 방식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동교섭단 측 의견을 반영해 ▲EVA 20% 재원 범위 내 초과 성과에 대한 추가 보상 가능성 검토 ▲성과급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소통 방식 개선과 투명화 방안 검토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또 공동교섭단의 요구보다 4%포인트 낮은 3%를 기본급 인상률로 제시하며 ‘DX(완제품)부문의 실적 악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업부의 실적 악화·경영 상황 등을 고려하면 2025년도 인상률(3%)을 초과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과 같이 정률 인상 방식을 유지하면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원들이 체감 효과가 낮을 수 있어 ‘정액 인상’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24년 7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세미콘스포렉스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과반 단일 노조’ 탄생 임박
삼성전자에는 2018년 첫 노조가 생겼으나 근로자 대표 자격을 갖춘 과반 노조는 없어 2026년도 임단협처럼 복수 노조가 연합해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초기업 노조 가입자 수가 이날 오후 1시 기준 6만4591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기준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는 12만9524명(기간제 근로자 599명 포함)으로, 수치상 과반 노조를 달성했다. 초기업 노조 측은 6만2500명을 넘으면 과반 노조를 달성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초기업 노조는 작년 8월 6300명에서 3개월 만에 4만5000명으로 확대됐다. 다시 3개월 만에 6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 변경에 사내 불만이 커진 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기업 노조가 근로자 대표로 인정받으면 취업 규칙 변경 주체가 된다. 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을 확보하게 되고 ▲정리해고 ▲탄력근로 ▲선택근로 ▲보상휴가제 등의 변경에도 관여할 수 있다. 과반 노조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해당 내용은 ‘일반적 구속력’을 지니게 된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