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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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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퇴양난’ 빠진 방송시장… 콘텐츠 사용료 두고 “더 받아야” vs “덜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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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속 작동하지 않는 시장 자율… 제도적 해법 필요성↑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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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방송시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방송 재원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콘텐츠 사용료(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사업자 간 갈등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더 받아야 생존할 수 있고, 케이블TV(SO)는 덜 내야 버틸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와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회, PP협의회 등은 2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케이블TV 업계가 추진 중인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에 대해 “방송 콘텐츠 가치를 부정하고 K-콘텐츠 제작 재원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케이블TV 업계는 콘텐츠 사용료 자체 산정안을 발표하고, SK브로드밴드와 아름방송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가 해당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산정안의 핵심은 콘텐츠 대가 총액을 유료방송사의 매출액(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의 증감률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PP업계는 유료방송사가 그간 지급해온 콘텐츠 사용료의 절대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번 산정안이 전체 대가 모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콘텐츠 사용료가 콘텐츠의 질이나 시청 성과가 아닌 플랫폼의 재정 여력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PP업계는 “케이블TV의 수신료 매출 하락과 경영 악화 책임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있지 않다”며 “방송 요금 현실화나 매출 다변화 같은 근본적 해법 대신 콘텐츠 비용 절감이라는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부담을 PP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케이블TV가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의 상당 부분이 지상파와 종편에 집중돼 있어, 일반 PP에 돌아오는 몫은 이미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산정안이 실제로 적용될 경우 향후 3년간 약 775억원 규모의 콘텐츠 사용료가 삭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PP업계는 “이미 다년 계약이 체결된 지상파 재송신료에는 동일한 기준 적용이 사실상 어렵다”며 “결국 협상력이 약한 PP에게만 기준이 적용돼 콘텐츠 대가가 일방적으로 삭감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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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새로운 산정안 적용으로 오히려 콘텐츠 사용료가 인상되는 채널도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콘텐츠 대가 총액을 객관적 상대평가가 가능한 ‘채널군’ 단위로 설정한 뒤, 동일 채널군 내 사업자 간 상대 평가 결과에 따라 배분함으로써 기존의 협상력 중심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케이블TV 업계는 “기존에는 채널별 협상력을 기반으로 사용료가 결정됐지만, 채널군별 상대 평가 방식은 협상력이 낮아 성과 대비 사용료를 받지 못하던 중소 콘텐츠사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산정안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플랫폼 붕괴가 곧 콘텐츠 유통 경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케이블TV의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체 케이블TV 매출액은 2014년 3조2459억원에서 2024년 2조7272억원으로 1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96.3% 급감했다. 적자 기업 수도 2014년 15개에서 2024년 52개로 크게 늘었다.

    케이블TV 업계는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 주요 재원은 감소하는 반면 콘텐츠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신료 매출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비율이 이미 90%를 넘고 있다”며 “현 구조에서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기준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료방송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PP 역시 안정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며 “상호 상생을 통해 선순환적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업자 간 집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적정 콘텐츠 배분 비율을 둘러싼 제도적 해법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소관 부처의 보다 명확한 정책 의지와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 시장 성장이 임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개별 사업자 간 협상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 시장은 사업자 경쟁력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 보호’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 아래 PP가 협상 결렬 시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선택하기 어렵고, 유료방송 사업자 역시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금 인상으로 전가하거나 이른바 ‘좀비 PP’를 퇴출시키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시장에 맡긴다’는 정부의 접근은 자율보다는 방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선 정부가 사업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 콘텐츠 사용료의 금액을 정하려 하기 보단, 협상이 이뤄지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사용료 산정 시 반영해야 할 필수 요소와 산식 구조 명시 ▲콘텐츠 사용료 하한선 설정 ▲채널 묶음 판매 기준과 입증 책임 정립 ▲협상 결렬 시 중재 절차 제도화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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