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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은행 중심 코인 발행은 이상론…현실은 빅브라더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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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 길을 묻다]⑧차현진 전 한은 금융결제국장

    “은행 과반 지분 아니라 은행·비은행 공정 경쟁해야”

    “스테이블코인 코인런 충격? 기존 은행보다 더 안전”

    “CD처럼 발행 자격·한도 제한하면 돼, 지분 규제 오버”

    “주목할 건 51%룰 아닌 독과점·네이버 빅브라더 우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1%룰을 주장하는 것은 비은행의 차세대 지급서비스 분야 침입과 자본시장 완전 개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51%룰로 주주 구성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은 독선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한국지급결제학회 부회장)는 최근 서울시 중구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차 교수는 한은에서 37년간 근무하며 워싱턴사무소장, 금융결제국장 등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주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최대 쟁점은 ‘은행 지분 51%룰’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인의 지분 ‘50%+1주’ 이상을 은행이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 안정 등을 이유로 51%룰 도입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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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을 역임한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한국지급결제학회 부회장). (사진=차현진 교수 제공)


    관련해 차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도 비은행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은행에만 50%+1주를 준다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꼬집었다. 그는 “은행이 다양한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 시 은행 과반 지분을 규정하지 않는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만 ‘은행 지분 50%+1’을 강제하는 건 과도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차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코인런’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앞서 한은은 코인과 법정통화와의 1대1 가치가 유지되는 않은 ‘디페깅(Depegging)’이 발생돼 코인런이 발생할 우려를 제기했다. 코인런은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코인을 현금화하는 환매·인출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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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홍콩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패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총재는 은행의 참여 없이는 고객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이 적절히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은행 주도 기관부터 시작하는 것을 원한다"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관련 은행 지분 51%룰을 강조했다. (사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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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해 차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대출도 안 하고 100% 안전자산만 들고 있어 무엇보다도 안전한 구조”라며 “이런 발행사가 코인런으로 망할 정도면 기존 은행 시스템은 이미 그 전에 붕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금융 충격이 우려되면 ‘지분·소유’ 규제가 아니라 ‘발행 행위’ 규제로 가야 한다고 차 교수는 제언했다. ‘누가 얼마나 발행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면 되는 것이지 ‘누가 지배할지’ 문제로 소유 지분까지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과거 양도성예금증서(CD) 규제 도입 과정을 언급하면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금융 충격이 우려되면 발행자격이나 한도를 제한하면 된다”며 “지분까지 은행 50%+1주로 한다는 건 오버”라고 말했다.

    앞서 CD가 1984년에 본격적으로 발행·유통됐을 때 시장에서는 실체가 불분명하고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당시 한은은 발행 주체를 제한하거나 은행별 자기자본 등을 고려해 CD 발행 총량 한도를 설정했다. 당시에 소유 지분 규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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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오히려 차 교수는 지금 논의를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은행 지분 51%룰’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후 빅브라더의 탄생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은행 중심 코인 발행은 이상론이며 현실은 빅브라더 출현”이라고 촌평했다.

    차 교수는 “앞으로 네이버·두나무가 합병하고 이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면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개인의 금융 정보까지 은행이 아니라 네이버로 모이게 되면서 네이버가 정보를 장악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스테이블코인 원스톱 구조로 가면 더 편리한 세상이 되겠지만 내 정보를 네이버가 다 알고 있는 섬뜩한 일도 벌어지는 것”이라며 “어떤 세상으로 갈지는 결국 국민의 선택인데, 13세기 메디치 시대(Medici era)처럼 금산분리가 점점 사라지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금산분리는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소유·지배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원칙이다.

    메디치 시대란 13~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금융·상업·정치 권력이 한 가문(메디치)에 집중됐던 ‘사적 금융 권력’의 시대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디지털자산 시대에는 금산분리가 희미해지면서 산업자본(기업)이 금융자본(은행)을 직접 소유·운영하는 빅브라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게 차 교수의 전망이다.

    이때문에 차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의 미래와 관련한 금융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독과점 문제이기도 하다. 스테이블코인을 어음·수표와 비슷한 지급 수단으로 보면 어음·수표 소관부처인 법무부와도 관련돼 있다”며 “금융위·한은 이외에도 법무부, 공정위까지 스테이블코인 법제 논의에 참여해 다가올 새로운 경제에 대해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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