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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기고]원화 스테이블코인, 크립토를 넘어 일상의 지급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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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은정 토큰스퀘어 대표 기고문

    헤럴드경제

    오은정 토큰스퀘어 대표 [토큰스퀘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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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은 지금까지 주로 크립토 거래소 중심 구조에서 작동해 왔다. 거래소 가입, 지갑 생성, 주소 입력, 네트워크 선택, 가스비 확인 같은 절차는 디지털 자산 거래에는 익숙하지만 일반적인 결제 경험과 거리가 있다. 이런 과정이 지급결제의 전제가 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발행·보유·이전·정산·기록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디지털머니다.

    결제의 본질은 판단이 아니라 습관이다. 결제는 즉각적이고 반복적이며,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용자가 “이건 결제인가, 자산 거래인가?”를 고민한다면 일상적인 결제로 기능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결제보다는 자산 교환과 유동성 중심으로 성장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결제 영역으로 확장되려면 중심은 거래소가 아니라 결제 인프라로 옮겨져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활 속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기존의 결제 경험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거래소 가입 등 복잡한 크립토 지식이 필요하지 않아야 하며, 충전·결제·정산·환불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와 해외 결제의 경험 차이도 최소화되어야 한다. 정산과 기록은 실시간으로 처리되어야 하고, 그 과정은 자동화되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용자가 그것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쓴다’고 느끼지 않는 순간에 비로소 일상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은 특히 글로벌 결제 영역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해외 송금과 외화 결제는 여전히 복잡한 절차와 높은 수수료, 은행 영업시간이라는 제약에 묶여 있다. 예를 들어 해외 플랫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가 보수를 받을 때 전통적 송금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된다. 반면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은 국경과 시간대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작동한다.

    해외 결제가 특별한 절차가 아닌 국내 결제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는 순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가치가 입증된다. 이는 글로벌하고 포터블한 결제 인프라로의 전환을 뜻한다.

    인공지능(AI)이 경제 주체로 참여하는 시대에는 결제의 의미도 달라진다. 결제는 ‘가끔 큰돈을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반복적 프로세스가 된다. 거래 단위는 작고 빈도는 높으며, 1원 단위 거래가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기존 계좌 기반 결제는 사람의 개입을 전제로 설계되어 중개, 주기, 예외 처리에 의존한다. 이 구조로는 AI 경제가 요구하는 초소액·초다빈도·실시간 정산을 구현하기 어렵다. AI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체 기능이 아니라, 조건·한도·규칙에 따라 자동 차감·즉시 정산·자동 분배가 가능한 디지털 머니다. 이러한 인프라가 마련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AI 경제의 결제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얼마를, 언제, 어떤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이는 통제가 아니라 디지털 머니의 설계 문제다. AI 경제에서 화폐는 단순한 지급수단이 아니라 운영 규칙을 담는 운영체제(OS)로 진화할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용자가 익숙한 방식으로 결제하지만, 그 뒤에서는 실시간 정산과 자동 분배가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 구조를 먼저 구축하는 나라와 기업이 AI 경제의 속도와 신뢰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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