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트럼프 “워시, 금리인상 얘기했으면 지명 안 해”
‘백악관 복심’ 극단적 비둘기파 마이런 잔류
파월 이사직 유지 여부 따라 연준 구도 요동
올 1%P 이상 인하 요구...월가 예상은 0.5%P
양적긴축 병행할 듯...IB 규제 내년으로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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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 지명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방정부 부채와 이자 부담을 줄이고, 미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관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자 극단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까지 연준에 잔류하기로 하면서 금리 인하 압박을 한층 더 노골화하고 있다. 마이런 이사의 발언에 비춰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올해 연간 금리 인하폭은 1%포인트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인하폭은 현 금융시장에서 10% 미만의 확률로 매우 낮게 보는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워시 후보자가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병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일부 부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안과 연준 내 반대 의견을 감안할 때 그 폭이 1%포인트 이상까지 이르기는 힘들다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트럼프 “워시, 금리 인상 얘기했으면 의장 안 됐어”...‘극단적 비둘기파’ 마이런도 연준 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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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NBC 인터뷰에서 “금리가 지나치게 높고,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후보자도 어쨌든 금리를 내리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만약 워시 후보자가 ‘나는 금리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면 그는 그 자리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언급하면서 부채도 함께 거론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달 연방정부의 국가 총부채는 38조 5100억 달러(약 5경 3000조 원)에 달한다. 4월쯤이면 39조 달러 돌파가 유력시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금리를 내려야만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덜게 돼 각종 공약을 이행할 여지가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돈을 다루는데 항상 능했다”며 “우리나라로 돈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다시 부유한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채는 있지만 성장도 있다”며 “그 성장이 머지않아 부채를 아주 작아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强)달러 원칙은 지키되 현실에서는 저금리를 통한 약(弱)달러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대다수가 공유한다. 저금리, 약달러, 성장 촉진으로 이자 부담 경감, 무역 적자 해소를 달성하면 달러도 다시 강한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항상 강달러 정책을 갖고 있다”며 “무역적자를 줄이고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선트 장관은 4일에도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국채와 주식, 직접 투자에 대한 외국인 자금이 여전히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바람은 마이런 이사의 연준 잔류에서도 나타났다. 3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이런 이사는 이날 무급 휴직 상태로 겸직하던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식적인 연준 이사 임기는 지난달 31일에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을 지정하지 않은 만큼 중앙은행 직은 유지하게 됐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해 8월 1일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가 석연찮은 이유로 사임하자 그녀의 잔여 임기 후임자로 같은 해 9월 연준에 입성했다. 마이런 이사는 연준에 들어오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겸직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미국 행정부 인사가 중앙은행 직위를 함께 맡는 것은 1930년대 현대적인 연준이 구축된 이후 9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해 9월 4일 연방상원 인사청문회 당시 1월 31일 이후에도 연준에서 일하게 되면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통령과 상원이 나를 임명한 연준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동안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워시, 파월 이사직 버티면 마이런 자리 물려받아야...“올해 1%포인트 이상 금리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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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런 이사의 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고 연방상원이 이를 인준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의 운명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이 5월 15일 의장직 퇴임과 함께 이사직까지 내려놓느냐 여부에 달렸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다. 만약 파월 의장이 5월에 의장직과 이사직을 모두 관둔다면 워시 후보자가 해당 이사직을 물려받을 수 있다. 반대로 파월 의장이 연준 내 ‘반군’으로서 이사직을 유지한다면 워시 후보자는 마이런 이사의 직을 이어받아야 한다.
올 1월부터는 지난해 FOMC 투표권을 가진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12명 가운데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가 빠지고 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연은 총재가 1년간 새로 합류했다. 새로운 투표권자들의 성향 구조는 전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FOMC는 이들을 포함한 지역 연은 총재 12명에 파월 의장, 필립 제퍼슨 부의장, 미셸 보먼 부의장(금융감독 담당), 마이클 바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리사 쿡 이사, 마이런 이사 등 연준 당연직 이사 7명까지 총 19명으로 구성된다.
마이런 이사의 잔류 기간이 중요한 것은 그의 성향이 연준 내에서도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해 9월 연준에 들어온 뒤부터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금리 인하 기조에 발맞췄다. 그는 연준이 9월과 10월, 12월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할 때도 매번 홀로 ‘빅컷(0.50%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달 28일 올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사이 0.25%포인트 인하를 제시하며 또 반대 의견을 냈다. 1월 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주장한 이는 마이런 이사와 차기 의장 후보로 꼽혔던 월러 이사 둘뿐이었다.
마이런 이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 올해 연간 1%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런 이사는 워시 후보자 지명 뒤인 이달 3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나는 올해 전체로 정책금리의 인하 폭을 1%포인트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전망했다. 마이런 이사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보면 강한 물가 압력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양적긴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달 6일에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현 통화정책은 명백히 긴축적이고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올해 100bp(1bp=0.01%포인트)가 넘는 금리 인하가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마이런 이사는 기저 인플레이션이 이미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에 있다고 평가하며 올해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런 이사는 또 지난해 12월 15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물가가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다”며 “기저 인플레이션은 2.3%를 밑돌고 있어 연준의 목표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역설했다.
월가는 평균 0.50%P 인하 예상...연준, IB 자본 규제도 내년으로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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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이런 이사의 견해는 월가의 올해 예상 금리 경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4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 한 해 기준금리가 현 3.50∼3.75%에서 동결될 확률을 8.6%,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27.0%, 0.50%포인트 내려갈 확률을 33.7%, 0.75%포인트 낮춰질 확률을 21.5%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1.0%포인트가 인하될 확률은 7.6%, 1.25%포인트는 1.5%, 1.50%포인트는 0.1%밖에 안 된다. 1.0%포인트 이상 인하 확률을 모두 더해도 9.2%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서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IB)의 전망 자료에서도 연준이 올해 1.0%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조사 대상 IB 10군데 가운데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은행은 2곳(JP모건, 도이체방크), 0.50%포인트는 6곳(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노무라), 0.75%포인트는 2곳(씨티, TD뱅크)이었다. 심지어 이때는 월가가 워시 후보자보다 비둘기파적인 성향이 훨씬 강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유력하게 내다보는 시점이었다.
월가에서는 대체로 워시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6월 FOMC 회의부터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 것으로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워시 후보자가 장기적인 양적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려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연준은 3년 6개월간 이어진 양적긴축을 지난해 12월부터 종료한 바 있다. 2022년 4월 9조 달러에 달했던 연준의 보유 자산 규모는 현재 6조 50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비대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국채 금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한 채 양적긴축을 재개하는 게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대형 은행의 자본 확충 수준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IB들에 추가적인 자본 확충 부담을 덜어줘 시장에 유동성을 원활하게 공급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보먼 부의장은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재무 모델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IB에 대한 자본 규제를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준에서 민주당 측 인사이자 중도파로 분류되는 바 이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최신 위험 지표를 반영하지 않고 자본 수준을 동결하면 나중에 진짜 위기가 왔을 때 은행의 유동성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시 후보자 지명을 전후로 올 한 해 연준이 어떤 식으로든 시중에 유동성을 더 풀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만 남았다. 현재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워시 후보자가 과거 연준 이사 때 보인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에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3% 아래에서 관리되는 인플레이션이 급변할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리수를 둘 가능성 등이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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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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