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도에 석유 수출 지속"
美 대중견제 위해 필요한 인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과 인도 정부가 최근 무역 합의를 발표했지만, 합의 이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부과한 50% 관세를 18%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고, 인도 정부도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이후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조치를 실제로 취하지 않으면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인도, 러 원유수입 지속…물량대체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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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와 인도의 석유 거래 관계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러시아 측은 "인도 정부로부터 어떤 중단 조치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기존 수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 정부 역시 미국과의 관세합의 사실만 홍보할 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과 관련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도가 즉각적인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현실적 배경도 있다. 인도 내 정유업체들은 이미 올해 상반기 물량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알려졌다. 당장 금수 조치를 내리더라도 실행이 쉽지 않은 구조다. 특히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전체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산 원유 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전쟁 이후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을 잃자 중국과 인도에 국제 유가보다 30% 이상 싼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하면서 수입이 급증했다. 인도는 현재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으며, 이를 갑자기 끊을 경우 산업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끊는 대신 미국이 영향력을 가진 베네수엘라 원유를 인도가 수입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급 여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90만 배럴 수준으로, 인도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인도로 즉각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40만 배럴 정도에 불과하다.
대중견제 위해 인도와 관계 중요한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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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은 배경에는 미국과 인도의 복잡한 전략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다. 따라서 인도에 대러 제재 동참을 강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인도는 냉전 시기부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펼쳐온 국가로, 현재도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대중 견제를 위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쿼드(Quad)’ 협의체를 구축했지만, 인도를 참여시키기 위해 상당한 외교적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 등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동시에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무기 체계 역시 미국·러시아·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필요할 때마다 수입해온 세계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인도가 미국산 F-35 전투기 도입을 검토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자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로 선회한 사례는 이런 외교적 줄타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관계가 틀어졌을 때 인도가 중국과 직항로를 개설하거나 중국 고위급 인사가 인도를 방문하는 등 유화적 움직임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도가 침착한 외교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 한국 등이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과 함께 관세 합의를 체결한 것과 달리,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문제 외에는 큰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반 인도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파키스탄과의 밀착까지 시사했지만, 인도 정부는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중진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때 참고할 ‘모범 사례’로 인도의 전략이 거론되기도 한다.
반면 부정적 평가는 합의 내용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인도가 앞으로 미국 제품을 5000억 달러 이상(약 762조원) 수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도 정부는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인도 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약 4조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000억 달러는 전체 경제의 8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인도 정부가 자국에 유리한 내용만 부각시키고 불리한 조건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내부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미국과 인도의 관세 협상 결과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합의를 발표한 뒤 다시 관세 인상 압박을 가한 첫 번째 국가로 꼽히며, 전 세계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도의 협상은 속도는 느렸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조건만 놓고 보면 아시아 동맹국 중 비교적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반에는 강한 위협을 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연해지는 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면서, 인도의 사례가 향후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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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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