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노무현 우정 떠올리며 결단
"전투에서 패배해도 전쟁에선 이겨야"
"미래세대 위한 국가 구상하고파"
이 전 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출마 선언문부터 경선 준비까지 다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그의 마음을 바꾼 건 (故)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우정이다. 지난달 이 전 총리의 빈소를 사흘 내 지키면서 결단이 섰다고 밝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지역위원장이 서울 중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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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되새긴 노무현 정신
불출마를 결심하며 노무현 정신을 떠올렸다는 이 전 지사는 "노상 함께해왔으니까 지켜야 했고 스스로 떳떳해야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 모셨던 사람이 그런 걸 안 하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했다.
'노무현의 오른팔'인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조순 서울시장 후보로부터 서울시 정무부시장 러닝메이트로 노 전 대통령과 함께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으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험지인 부산시장에 출마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지사에게 "민주주의는 유권자에게 '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지더라도 그 지역 유권자에게 최선의 후보를 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한 가지 기억은 2000년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된 서울 종로를 떠나 부산 북·강서을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일이다. 이 전 지사는 "저도 저를 버리고 우리가 전체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길에 기여하는 그런 정치 풍토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권양숙 여사가 이 전 총리의 빈소에서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당의 원로들이 이 전 지사와 우 전 수석이 경선하는 게 "참 '거시기'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 사이처럼 우 전 수석과 우정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에게 '형님은 앞으로 나의 영원한 후원회장이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지역위원장이 서울 중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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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 패배해도 전쟁에선 이겨야"
이 전 지사는 "미·중 패권전쟁이 구한말 같은 상황인데 여기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의 권력 의지보다는 우리의 권력 의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의 불씨가 조금 생기고 있는데, 이 불씨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민주당부터 단합해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정치권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여론조사도 앞서는 상황인데 불출마를 결심했다. 전투에서는 패배해도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면에서 단합하기 위해 승리의 밀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논의와 관련해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를 두려고 하고 민주당도 기본사회위원회가 있고 혁신당도 기본사회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런 정책적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우고 협상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며 "두 당이 합치면 국민께 무슨 이익을 줄 건지, 무엇을 할 건지가 있어야 지지해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래세대 위한 국가 구상하고파"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 전 지사는 당시 국부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하고 강원지사로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 유치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 구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당장 그가 불출마 결심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강원도를 사랑하는 이광재가 드리는 편지'도 그 구상의 일부다. 사실 이는 이 전 지사의 출마선언문이었다고 한다.
▲강원 지역 산 가운데 절반가량이 국가 소유인데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도록 해 관광자원으로 키우도록 하는 방안 ▲강원랜드 주식 중 국가 보유 6%(2000억 원 이상)를 지자체에 주는 방안 등이 그 내용이다. 특히 이를 활용해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 자산을 실험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지사는 자신의 정책 구상을 우 전 수석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한다. 이 전 지사는 "인공지능(AI)은 특이점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다. 미·중 패권 전쟁은 갈수록 파고가 높아질 건데 과감한 도전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재명 정부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혜진 기자 hey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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