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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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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밈주식된 K증시]① “실적보다 입소문”... 오늘 급등주, 커뮤니티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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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버블론이 재점화되면서 기술주가 하락한 다음날인 6일. 국내 정규장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하한가 근처까지 추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날 17만원이던 주가가 11만1600원까지 밀리며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된 것이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프리마켓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시가총액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30% 하락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글로벌 AI 열풍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증시 시총 1, 2위 종목의 하루 주가 등락 폭이 10% 가까이 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비단 대형 반도체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에서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자 현대차그룹주가 일제히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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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상승 랠리를 지속하면서 주식 투자 서적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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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스페이스X의 우주 사업에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계획을 언급하자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관련주가 급등했다. 이달 초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의 회담 직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양국이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자 증권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일은 원전주 차례”라는 전망이 확산됐고, 실제 개장 직후 한국전력·현대건설 등 원전주가 치솟았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밈주식(meme stock)’ 장세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총액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입소문에 따라 하루 두 자릿수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주력 업종 주가가 상승해 시장을 주도한 이후 다른 업종으로도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일반적인 ‘순환매 장세’이지만, 최근 짧은 뉴스로 대형주가 급등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순환매로 보기 어렵다”며 “이전에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 밈주식이 됐지만, 지금은 대형주가 밈주식이 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우리 증시를 이끄는 투자 주체의 변화를 지목한다. 장기 투자 성향의 외국인이나 연기금 대신,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 자금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란 분석이다. 과거 외국인이 팔면 지수가 주저앉던 공식이 깨지고, 개인 자금이 대형주의 가격 결정권을 쥐게 된 셈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2일~2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9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개인 자금이 주로 투자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된 금융투자 부문에서도 약 4조원 가까운 순매수가 이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는 개인이 개별 종목을 넘어 시장 전체의 방향(인덱스)을 주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대기성 자금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투자자 예탁금은 약 111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 역시 1억 개를 넘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초점이 증시 활성화에 집중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가계 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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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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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최근에는 개인 자금이 일부 종목에 ‘군집’하는 양상도 포착되고 있다. 과거엔 개인 투자자가 가진 정보량이 많지 않고, 종목에 대한 의견 차가 커 개인 자금은 기관 투자자와 같이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개인이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가 확대되면서 다수 투자자가 비슷한 내용의 정보를 빠르게 취득하고 급기야는 한 방향에 치우친 정보에 집단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많다. 다수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종목 주가가 급등락하는 쏠림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JP모건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와 디지털 전환은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보 흐름을 촉진했다”며 “최근 밈주식 열풍으로 그 영향력이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젊은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의 군집거래 경향이 강하고, 시장의 관심도가 증가하는 종목일수록 개인 투자자의 군집거래 경향이 강화됐다.

    문제는 이 같은 수급 쏠림이 기업의 가치보다 더 큰 폭으로 주가를 흔들어, 시장의 변동 폭을 키운다는 점이다. 특히 주가가 급등한 뒤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집단 심리에 따라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우량한 대형주라도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급락할 위험이 크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던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히려 집단적 오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밈 주식(Meme Stock)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밈’과 주식의 합성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 투자자의 입소문을 타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주식을 의미한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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