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15 (일)

    "독기 품은 전영현"… 삼성 HBM4, '세계 최초'로 SK 물량장벽 정조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반도체레이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 취임 일성 2년 만에 결실…'1c D램·4나노' 승부수

    '물량 맹주'는 여전히 SK하이닉스… 2026년 '점유율' 진검승부 예고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근원적 경쟁력(Fundamental Competitiveness)'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2024년 5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전영현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취임 일성이다. 그로부터 약 1년 9개월, 삼성전자가 보란 듯이 해냈다.

    12일 세계 최초로 차세대 AI 메모리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 출하를 선언하며 지난 2년 가까이 겪었던 '2등의 설움'을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증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두고 전 부회장이 주문한 '타협 없는 기술 본위 경영'이 맺은 첫 번째 결실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안정' 대신 '모험' 택한 전영현의 승부수… "1c D램으로 판 뒤집어라"

    이번 HBM4 양산 성공의 이면에는 전 부회장의 치열한 고민과 과감한 결단이 깔려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초기 모델에 안정성이 검증된 '1b(10나노급 5세대)' 공정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신제품 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통상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전 부회장 체제 하의 삼성은 쉬운 길 대신 '초격차'를 택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라"는 특명 아래 삼성은 전례를 깨고 최선단 공정인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HBM4에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수율 확보에 실패할 경우 양산 자체가 늦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은 1c 공정의 높은 생산성과 전력 효율을 HBM4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경쟁사 대비 한 세대 앞선 기술력을 증명해냈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강조한 '근원적 경쟁력'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단기적 성과를 위해 타협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술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경영진의 뚝심이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파운드리·메모리 칸막이 없애라"… '원 팀 삼성' 시너지 폭발

    이번 HBM4 양산은 삼성전자가 가진 유일무이한 무기, 즉 'IDM(종합반도체기업) 역량'이 십분 발휘된 결과로 풀이된다. HBM4부터는 메모리 반도체와 로직(시스템) 반도체의 결합이 필수적인데 삼성은 이를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전 부회장은 취임 후 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간의 '벽 허물기'를 강력히 주문해 왔다. 그 결과 삼성은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에 자사 파운드리의 최첨단 4나노 공정을 적용, 경쟁사들이 TSMC 등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동안 독자적인 최적화 설계에 성공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이 "파운드리 4나노와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해 성능 확장의 여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한 배경에는 전 부회장이 구축한 '원 팀(One Team) 삼성'의 협업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SK하이닉스, '물량 맹주' 지위 굳건… "최초 타이틀보다 '최다 공급'이 본질"

    다만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 판도가 뒤집힐 것으로 보기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HBM의 제왕' SK하이닉스가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HBM3와 HBM3E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기술적 상징성을 선점했음에도 2026년 HBM4 실제 공급 물량 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공급망인 SK하이닉스의 물량을 기본(Base)으로 가져가면서 삼성전자를 '강력한 세컨드 벤더'로 활용해 공급 안정성을 꾀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원 팀' 동맹을 맺고 HBM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속도'보다는 고객 맞춤형 '커스텀(Custom)' 기술 완성도에 방점을 찍고 압도적인 수율과 양산 능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초 양산'으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SK하이닉스가 쌓아올린 신뢰와 양산 노하우 역시 만만치 않다"며 "2026년은 삼성의 '기술(타이틀)'과 SK하이닉스의 '실리(점유율)'가 정면 충돌하는, 진정한 의미의 HBM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