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다음달 초 처리 목표였지만 특위 파행·설 연휴 겹쳐 안갯속
통상 불확실성 확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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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가운데, 한미 전략적 투자 합의 이행의 법적 근거가 될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일정이 사실상 안갯속에 빠졌다. 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부터 파행을 겪고 설 명절 연휴까지 겹치면서 당초 시간표는 이미 흔들린 상태다. 통상 변수와 직결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입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정부 협상력과 기업의 수출 전략 모두가 불확실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당시만 해도 여야는 2월 말에서 3월 초 처리를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미국 행정부가 관세 조정 카드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입법 속도가 곧 협상 카드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일정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특위 논의가 정쟁에 휘말렸다. 특위 첫 전체회의는 의사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정회되며 정부 업무보고와 법안 설명이 무산됐고, 이후 일정 재개도 지연됐다. 여야 모두 국익 법안이라는 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정치 현안이 맞물리며 특위가 본격적인 법안 심사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공청회와 수정안 협의, 본회의 상정까지 이어지려면 최소 수차례 회의가 필요하지만 설 연휴까지 겹치면서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연휴 이후 속도를 내더라도 이달 내, 혹은 다음 달 초 본회의 상정까지 가기는 빠듯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난감한 건 정부다. 국회 입법 일정이 지연되자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국회의 법안 처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의 기본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 측의 입법 진전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단순한 논의 단계가 아닌 가시적인 진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로서는 외교적 설득과 국내 입법 속도 사이에서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업무협약(MOU) 이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임시 추진체계를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이 위원회는 특별법 통과 이전에도 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검토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정부 차원의 협의 기구로,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참여해 MOU 이행 동향을 공유하고 후보 사업의 상업성과 국익 기여도를 점검하며 향후 추진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다만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금 설치와 재정 지원, 투자 집행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실제 대미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는 관세율 변동 그 자체보다도 '결정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더 큰 리스크라고 본다.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은 관세가 두 자릿수 포인트만 변동해도 연간 비용이 수조 원 단위로 출렁일 수 있어 기업들은 신규 투자와 수출 물량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분위기다.
특위 정상화와 입법 시계의 재가동 여부가 한미 통상 관계의 다음 분기점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당초 2월 말~3월 초로 잡혔던 목표 시점이 어디까지 밀릴지가 시장과 정부 모두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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