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홍기원] 2011.11.24 |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극단 '자유'를 통해 연극에 전통연희와 굿 형식을 도입하는 등 연극을 '이국적인 것에서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어낸 연극 연출가 김정옥(金正鈺)씨가 17일 오전 5시7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4세.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서중(6년제)을 졸업한 뒤 중앙대 국문과에 들어갔다가 서울대 불문과로 옮겨 졸업했다.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불문학과 영화학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프랑스에 온 유치진(1905∼1974)의 영향으로 연극으로 방향을 돌렸다. 유치진이 1957년 유네스코 국제극예술협회(ITI) 본부를 방문해서 한국 가입의사를 표명할 때 거들었다.
1959년 귀국해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전임강사가 된 걸 계기로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중앙대에 있으면서 이대 연극반을 지도하고, 민국일보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사랑의 함정'이 1960년 영화화됐고, 같은해 김종원과 이영일이 영화비평가협회를 결성할 때도 참가했다.
1961년 이대 연극반 학생들과 연극 '리시스트라다'를 통해 연극 연출을 시작했고, 1962년 드라마센터 개관 공연 '햄릿' 조연출을 거쳐 1963년 민중극장 창단과 함께 본격적인 연출가의 길로 나섰다. 창립 공연은 '달걀', 두번째 작품은 부조리극 '대머리 여가수'였다.
박근형, 오현주, 김혜자, 추송웅, 박정자, 김무생, 권성덕, 김정, 구문회 등이 출연했다. 1977년 '대머리 여가수'의 원작자인 외젠 이오네스코(1909∼1994)가 방한해 연극을 관람한 뒤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배우 김혜자는 196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가 고인의 연출작 '달걀'과 '도적들의 무도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1966년 극단 자유를 창립한 뒤 '따라지의 향연'(1966) 등으로 국내 대표적인 연출가로 부각됐다. 살롱 드라마와 몰리에르 희극, 부조리극 계열의 번역극을 연출하면서 사실주의극 무대를 변혁하는 실험을 줄기차게 추구했다. 희극성과 연극성을 강조한 무대미학 개발에 앞장섰고, 창작극 연출을 통해 한국적 전통을 가미하고 재창조하는 다양한 실험적 무대를 펼쳤다.
'무엇이 될고하니'(1978)부터 한국의 전통연희와 굿 형식을 연극에 수용하기 시작했다. '피의 결혼'(1984), '바람은 불어도 꽃은 피네'(1984) 등을 통해 연극을 '서양적인 것에서 동양적인 것으로', '이국적인 것에서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밖에도 연기자와 그밖의 무대미술 등 스태프와 함께 연극을 만드는 집단 창조, 총체극, 줄거리에 얽매이지 않는 몽타주 수법 등을 시도했다. 199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1995년 6월 아시아인으론 처음으로 ITI 회장이 된 뒤 3연임했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60여년 동안 국내외 무대에서 200여편의 연극을 연출한 한국 연극계의 '전설'이었다. 극단 자유를 창단해 개성 있고 세련된 연극 미학을 선보였다. 순회공연 등을 통해 한국 연극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202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구술 채록 당시 면담자인 신동호 전 성곡언론문화재단 이사가 '연극 연출계의 1세대 연출가'라고 소개하자 "1세대는 유치진, 이해랑, 이진순, 박진 선생 이런 분이죠. 저는 그 다음 세대"라며 스스로를 2세대 연출가라고 규정했다.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2020), '나의 연출 작업, 체험적 연출론'(2020)을 냈다.
원로 연극배우와 연출가의 대화 |
2004년 얼굴박물관을 개관했다.
유족은 부인 조경자씨와 1남1녀(김승미<서울예대 교수>·김승균), 사위 홍승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17일 오후 6시 이후 조문 가능), 발인 20일 오전 7시30분. ☎ 02-2258-5940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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