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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 산업혁명’ 돌입] 무조건적인 투입보다 전환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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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비즈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원익 부스에서 알레그로 핸드 V5 로봇이 파지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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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가 싫어서라기보다 일터의 규칙이 바뀌며 생긴 불안이 폭발한 사건이었다. 지금 제조 현장도 비슷하다.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AI) 자동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생산성과 안전 수준은 향상될 수 있지만 고용 충격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로봇 산업 자체 경쟁력도 소재·부품 중심의 공급망 취약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수 중심 출하 구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낮다. 이에 완제품 생산 확대가 부품 수입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로봇 도입, 핵심은 절차다

    먼저 로봇 도입을 두고 현장의 쟁점은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지다. 산업계는 반복 작업과 위험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면 품질을 끌어올리고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노동계는 자동화가 인력 축소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로봇은 장시간 가동이 가능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노동자로서는 일자리와 노동조건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진다.

    갈등을 줄이려면 도입과 함께 전환 규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에 로봇을 넣고 작업 방식은 어떻게 바뀌고 인력 구조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등을 사전에 공개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말로는 설득이 어렵다. 대상 공정, 도입 일정, 안전 기준, 운영 방식, 인력 재배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전면 도입을 한 번에 밀어붙이면 충격이 커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시범 운영으로 안전성과 품질, 적응도를 먼저 확인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생산 지표뿐 아니라 작업 강도 변화, 유지보수 부담이 어디로 가는지 같은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반복 작업이 줄어도 예외 처리나 돌발 상황 대응이 사람에게 몰리면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투입이 늘면 안전 기준도 더 세밀해져야 한다. 비상정지 권한을 누가 갖는지,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움직일 때 동선과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 등이 핵심이다. 사고가 났을 때 기록을 어떻게 남기고, 조사 절차를 어떻게 돌릴지도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현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변화하는 노동자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 개선, 품질 판단, 안전 감독, 로봇 운영·정비 같은 업무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어떤 인력을 어떤 교육으로 어느 역할로 옮기고 전환 시 임금과 평가를 어떻게 보장할지까지 포함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산업계에서는 로봇과 AI 확산이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반대’와 ‘강행’의 대립으로 굳어지면 사회적 비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AI의 확산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평가되지만 갈등이 반대와 강행의 대립으로 굳어지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며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설비가 아니라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들어온 공장에서 필요한 것은 사람이 밀려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역할을 바꾸며 함께 일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핵심부품·소재 자립이 관건…수출 경쟁력 키워야

    정부는 로봇을 포함한 신산업 확산을 위해 규제 정비와 실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대통령 주재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AI·자율주행·로봇 분야 규제를 손질하고 안전·인증 등 제도를 개선해 현장 도입을 촉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규제 해소 과제를 우선순위로 묶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비 일정을 관리하고, 현장 애로를 상시 수렴하는 창구도 강화할 방침이다. 실증 성과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공공부문 실증을 조달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의 초점을 시장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함께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시험·인증 기반을 강화해 국산 부품을 현장에 적용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국산 부품을 처음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비용 부담을 줄이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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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날달 일본 도쿄에서 연례 소방대 전통 의식 데조메시키가 열려 지진 상황을 가정한 건물 앞에서 4족 보행 로봇이 수색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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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리스크 관리도 과제로 꼽힌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은 대체 공급처를 넓히고 리사이클과 고급 소재 기술을 함께 키워 외부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화가 단기간에 어려운 영역은 ‘필수 부품’과 ‘대체 가능한 부품’을 구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집중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로봇 산업의 구조적 약점은 한·일 비교에서도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진실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기술력 자체보다 소재·부품 경쟁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은 로봇 출하의 71.2%가 국내에 머무는 반면, 일본은 출하량의 7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다. 로봇 도입 확대가 곧바로 수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핵심 소재·부품 경쟁력과 해외 판로를 함께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로봇 성능만큼이나 운영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지웅 메이크봇 대표는 “설치 이후 운영 안정성, 유지보수 체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안전·인증 대응이 계약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공공 실증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해외 레퍼런스로 확장되려면 조달·인증·보험·책임 구조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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