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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밀가루 담합’ 가격재결정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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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사 6년간 가격·물량 합의 의혹

    공정위, 과징금 최대 1.1조원 예상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이 6년간 밀가루 가격 담합을 통해 올린 관련 매출 규모가 약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공정위는 약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 카드를 꺼내들어 민생밀접 분야 담합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20일 공정위 사무처는 전날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에 송부하고 위원회에 제출해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대상 기업은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 등이다.

    심사보고서는 형사 재판의 공소장과 유사한 성격으로, 조사 과정에서 파악된 위법 행위와 제재 의견을 담는다. 공정위는 통상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하지 않지만 민생 품목 담합에 대한 정부 대응 기조를 고려해 이번에 이례적으로 밝혔다. 다만 이는 최종 판단이 아니며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합 여부가 확정된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 업체가 국내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판매시장에서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판매가격과 물량배분을 반복적으로 합의하는 등 장기간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시장은 라면·제빵·제과업체와의 직거래와 대리점을 통한 간접거래를 포함하며, 2024년 기준 이들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약 88%로 조사됐다.

    심사관은 이들 업체의 행위가 가격담합과 물량배분 담합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보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 체계를 다시 정하도록 하는 조치로, 공정위는 2006년 제분업체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과징금과 함께 이를 부과한 바 있다. 심사관 의견이 전원회의에서 반영될 경우 약 20년 만의 재발동이 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 지배력을 악용한 담합 행위 기업의 영구 퇴출 방안까지 언급한 가운데 가격 재결정 명령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금지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지만 위법 행위에 따른 경쟁을 회복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민생과 밀접한 품목인 만큼 경쟁 회복을 위한 실효적 조치로 이번 사건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물가를 원상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시정명령의 하나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 운영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담합 행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산출된 관련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이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위는 해당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론상 최대 과징금 규모는 약 1조1600억원 수준이다. 실제 부과액은 가담 정도와 기간, 자진신고 및 조사협조 여부 등에 따라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분업체들은 8주 내 의견서 제출과 증거 열람·복사를 통해 방어권을 행사하게 된다.

    공정위는 밀가루가 라면·빵·과자 등 주요 가공식품의 핵심 원재료이자 민생 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방어권 절차 종료 후 신속히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검찰 역시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가격 변동 여부와 변동 폭·시기를 합의했다고 판단해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으며 담합 규모는 약 5조9913억원으로 추산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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