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린·사나·구루, 사내 데이터 연결해 검색 넘어 실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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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1.8시간을 사내 정보 검색에 쓴다. 슬랙을 뒤지고 드라이브 폴더를 열었다 닫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반복해서 입력한다. 맥킨지 조사 기준으로 1년이면 450시간, 약 8주치 근무 시간이 ‘파일 찾기’로 사라진다. 수십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툴을 도입하고도 정보는 여전히 각자 시스템 안에 갇혀 있다. 데이터 사일로 문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문제를 AI로 풀겠다는 기업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열풍이 빅테크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이, 기업 내부 데이터에 특화된 AI 검색·자동화 플랫폼 시장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신흥 강자 3인방 글린(Glean)·사나(Sana)·구루(Guru)가 주목받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기업 안에 흩어진 정보를 AI로 연결해 찾아주고 나아가 실행까지 대신한다.
이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글린이다. 지난해 12월 연간반복매출(ARR) 2억달러 돌파를 공식화했다. 1억달러를 넘어선 지 9개월 만으로 통상적인 기업간거래(B2B) SaaS 기업 대비 2~3배 빠른 속도다. 현재 기업 가치는 72억달러(약 9조7000억 원)로 평가된다.
아르빈드 자인(Arvind Jain) 글린 CEO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단순히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군에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가치 창출이나 광범위한 도입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필요한 것은 일관되게 정답을 제시해 직원들이 정보를 찾아 헤매지 않고도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라고 밝혔다.
실제로 가트너 2025년 글로벌 노동 시장 조사에 따르면 MS 코파일럿 통합을 주도하는 IT 리더 72%가 사용자들이 일상 업무에 코파일럿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치와 참여도 저하를 호소했다.
글린 기술적 핵심은 ‘엔터프라이즈 그래프(Enterprise Graph)’다. 슬랙·지라·세일즈포스·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수백 개 업무 툴을 연결해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어떤 정보를 다뤘는지를 관계망으로 구조화한다. 업계는 이를 최근 주목받는 그래프 검색증강생성(GraphRAG) 기술의 엔터프라이즈 구현체로 평가한다.
단순 키워드 매칭이나 벡터 검색에 그치는 기존 RAG와 달리 문서 간 관계와 조직 내 정보 흐름까지 그래프 구조로 학습해 문맥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자율형 에이전트’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팅 전 관련 문서를 먼저 제안하거나 지라 티켓 현황을 분석해 마감 지연 가능성을 경고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세일즈포스 데이터 업데이트·지라 티켓 생성·슬랙 보고 게시 등 실행(Action)까지 직접 수행한다.
사나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스웨덴 기반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워크데이에 11억달러에 인수됐다. 워크데이는 전 세계 HR·재무·운영 영역에서 7500만명 기업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사나의 AI 기능은 별도 구독이나 로그인 없이 기존 워크데이 환경 안에서 작동한다.
요엘 헬레르마르크(Joel Hellermark) 사나 창업자 겸 CEO는 인수 당시 “워크데이 합류로 비전을 대폭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기업들이 지식에 접근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며 에이전틱 AI로 학습하는 방식을 함께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린이 CIO·CISO를 상대로 한 탑다운 영업에 의존한다면 사나는 7500만명 기존 사용자 기반을 발판으로 엔드유저에게 직접 침투하는 구조다.
2013년 미국에서 설립된 구루는 ‘검증된 지식(Verified Knowledge)’을 내세운다.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전에 사내 전문가가 검증한 지식베이스를 우선 참조하는 구조로, 나이키·스포티파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할루시네이션 위협이 치명적인 금융·의료·법률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완전 자율화보다 통제 가능한 AI를 원하는 기업 수요를 겨냥한 포지셔닝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엔지니어와 IT 관리자들 사이에서 이들 기업의 기술 스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이전틱 RAG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올거나이즈, 국내 AI 컨소시엄을 이끄는 업스테이지 등 국내 강소 기업들도 유사한 방향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내놓고 있어 시장 형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국내서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내부 데이터 보안 이슈와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 문제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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