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4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단독]“살인-폭파” 장난 9건에 경찰 2500명 헛걸음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골든타임의 약탈자들] 〈3〉

    범죄예방-사고 수습 등 차질 불가피

    출동 비용 등 2억4065만원 날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3년 7월 ‘신림역 살인예고’ 이후 올해 2월까지 살인예고나 폭파협박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허위 공중협박 관련 범죄로 인해 동원된 경찰력이 최소 2500여 명, 이에 따른 피해액이 최소 2억4065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거나 준비 중인 사건만 한정된 것으로, 나머지 일반 사건까지 합하면 협박 관련 범죄에 동원되느라 낭비된 경찰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3일 동아일보가 2023년 이후 공중협박 등 범죄 관련 소송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찰이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준비 중인 사건은 2023년 신림역 살인예고(7월)와 제주공항 등 폭파협박(8월), 지난해 9∼10월 인천 대인고 등 전국 연쇄 폭파협박 등 총 9건이다. 경찰 출동과 폭발물 수색 등에 투입된 인건비, 유류비 등 경찰이 산출한 손해액만 2억4065만 원이다.

    현재까지 추산된 투입 경찰 인력은 신림역 사건 703명, 제주공항 폭파협박 571명,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폭파예고 263명 등 9건 중 6건만 총 2563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폭파 신고가 접수되면 인근 경찰 인력은 물론이고 특공대까지 동원된다”며 “이로 인해 범죄 예방, 사고 수습 등 민생 안전의 ‘골든타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이 공중협박 피의자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으로 선회한 건 시민 안전과 직결된 치안 공백 우려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 건수는 2023년부터 2년 동안 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5건을 기록했다. 그동안 동원된 경찰이 많고 피해액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하던 것과 달리 일선에선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묻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액의 3배 이상으로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경각심을 심어주고 허위 신고 관련 범죄를 줄여야 경찰력 낭비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박 장난’ 한번에 경찰서 1개 인력 낭비…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

    [골든타임의 약탈자들] 〈3〉 ‘가짜 협박’에 밀려난 치안
    카카오 본사-신세계百 폭파 협박 등… 허위신고에 200~500명 경찰력 투입
    “선량한 시민들만 피해 볼 수 있어”
    전문가 “피해액의 3배 이상 청구… 장난전화 안된다는 경각심 줘야”


    동아일보

    작년엔 “카카오 건물 폭파” 협박 신고 지난해 12월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파 협박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 관계자들이 현장 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직원 110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회사 근무는 재택 체제로 전환됐다. 경찰 수색 결과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성남=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 수제 폭발물을 설치했다. 사옥을 쓰레기로 만들겠다.”

    12일 이 같은 내용의 폭파협박 신고가 접수되자 경기 분당경찰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폭발물 수색을 위해 소방, 군, 경찰 등 50여 명의 인력이 긴급 투입됐다. 카카오 사옥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건물 전체를 3시간가량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카카오 사옥이 관내에 있는 동판교파출소 근무자들 역시 수색에 투입됐다. 문제는 수색에 출동한 탓에 관내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에 대응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교통사고를 비롯해 한 남성이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 등 총 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결국 인근 파출소 근무자들이 신고에 대응해야 했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관할이 아닌 파출소가 출동할 경우 경찰력 낭비는 물론이고 즉각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도착 신고가 늦어질 수 있다”며 “허위 신고로 선량한 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협박글 한 번에 경찰서 1개 인력 증발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동아일보가 2023년부터 현재까지 주요 공중협박 사건과 관련된 민사소송을 전수분석한 결과, 허위 협박 글 1건에 수백 명의 경찰관이 폭발물 수색 등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중협박 범죄에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

    2023년 8월 6일 한 30대 남성이 인천 김포 제주 김해 대구 등 전국 각지 공항에 폭탄테러와 살인예고 글을 올린 사건의 경우 게시글 작성부터 피의자가 검거된 같은 달 23일까지 18일간 경찰특공대 130명, 기동대 258명 등 총 571명이 동원돼 325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2024년 9월 18일 20대 남성이 경기 성남시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자 같은 해 11월 13일까지 57일간 기동순찰대 215명, 사이버수사대 57명 등 총 480명이 동원돼 5505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 추산이다. 지난해 8월 5일 10대 중학생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 폭탄 테러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자 다음 날까지 특공대 155명 등 총 263명이 동원돼 1256만 원의 혈세가 낭비되기도 했다.

    주요 사건마다 200∼500명의 경찰관이 동원됐는데, 이는 서울 일선 경찰서 전체 경찰력에 육박하는 규모다. 2024년 기준 서울 중심부를 관할하는 서울 중부경찰서 경찰관 수는 496명이다. 2023년 7월 이후 현재까지 경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거나 소송을 준비 중인 사건 총 9건에 대해서만 2500명 이상의 경찰이 동원됐고 이로 인해 인건비, 유류비 등 2억4000만 원이 넘는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 “잇따른 폭파협박에 민생치안 대응 영향”

    폭발물 수색에 동원된 일선 경찰들은 수색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인력 투입으로 다른 사건 처리나 수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12월 광주 남구의 한 중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일이 접수돼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한 광주 남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학교 수색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1시간 30분∼2시간 30분이 걸리는데, 수색을 마치더라도 1시간 정도는 비상 대비를 위해 근무를 서야 한다”며 “나머지 민생치안 사건 대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 판교 사무실 등에 대한 잇따른 폭파협박 사건에 투입된 경기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폭파협박 사건이 벌어질 경우 허위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에 하나 진짜일 수도 있는 가능성 때문에 일선 형사를 포함해 30∼5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며 “다른 사건 수사가 밀린 형사들은 폐쇄회로(CC)TV 등 주요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은 허위 신고로 인한 공권력 낭비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보고 피의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늘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반기에 한 번씩 열었던 손해배상심의위원회를 올해부터 매달 열기로 했다. 이달 말에도 공중협박 범죄 등 6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심의하기로 했다. 여기엔 1월 5∼11일 분당 KT 사옥, 강남역, 부산역 등을 대상으로 폭파협박을 해 최근 구속 송치된 10대 피의자 사건도 포함됐다. 충북경찰청도 지난달 6일과 지난해 12월 청주 오송역과 한 산부인과에 테러 암시글을 남긴 피의자들에 대해 공중협박 관련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는 피해액 상당에 대해서만 제기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3배 이상으로 늘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허위협박 범죄 한 번에 1개 경찰서 인력이 하루를 날리고 있다”며 “장난전화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