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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남북 두 국가'론 고집하는 北[한반도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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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9차 당 대회 19일 개막…김정은 시대 당 기능 정상화

    당 대회 한번도 개최 못한 김정일과 다른 행보

    '적대적 두 국가' 내세우며 대남·통일정책 변화 불가피

    김일성 '통일유훈' 폐기한 北, 남북관계 복원에 인내심 필요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제9차 조선노동당대회가 개막했다. 당 규약에 따르면 당 대회는 당중앙위원회 사업을 총화하고 당강령과 규약을 수정보충하며 당의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의 기본문제를 토의해 결정하고 당 중앙위원회와 총비서를 선거한다. 사회주의체제는 당이 영도(지도)하고 국가는 집행하는 ‘당-국가체제’다. 당 대회에서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에 이를 반영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게 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당 규약에 따라 5년마다 당 대회를 개최하고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당중앙위원회를 개최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등 당의 기능을 정상화했다.

    이데일리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당 대회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다.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인 2016년 7차 당 대회를 개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김일성-김정일 공동통치 기간에는 당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김일성이 인민생활을 한 단계 끌어올린 다음에 당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교시’를 내렸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해 장기간 당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장기간 당 대회를 열지 못함으로써 권력 엘리트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등 당내 많은 문제가 생겼다. 김정일은 ‘노인당’, ‘송장당’이라고 당을 비판,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국방위원장 직할 통치’를 시행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이 5년 단위로 당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전 당 대회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했기에 가능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선대가 내건 ‘사회주의 완전승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군대와 인민을 동원해 이를 실현해 왔다. 김정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지난 5년간은 전당과 전체 인민이 하나로 굳게 뭉쳐 우리식 사회주의 위업수행에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자랑찬 연대기”라며 “커다란 성과를 이룩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8차 당 대회 이후 5년 동안 북한은 당을 강화해 체제결속을 도모하고 핵 무력 고도화 등 국방력을 강화해 자강력을 키우고 평양에 5만 세대, 지방에 11만 3000세대 등 살림집을 건설해 인민에게 시혜를 베풀면서 수령체제를 유지·발전·계승하는 데 주력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세계적 추세’를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식(북한식) 표준’을 강조하며 자국 중심의 자력갱생 노선을 전면화했다. 따라서 9차 당 대회도 자력갱생, 자력자강 등 북한의 기본노선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날 부분은 대남·통일정책이다. 2023년 말부터 공식화한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한 노선과 정책을 당 대회에서 어떻게 정리하고 당 규약에 명문화 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화해·동족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당의 ‘당면목적’을 비롯해 주체성과 민족성 고수, 민족대단결, 조국의 평화통일, 민족의 공동번영 등 민족과 관련한 당 규약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김일성의 ‘통일유훈’을 폐기하고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는 물리적·헌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계승성과 참신한 혁신성의 결합’을 강조하며 선대의 유훈이라고 할지라도 수령체제 유지에 불리하면 버릴 수 있다는 ‘김정은식 사상이론적 조정’을 시도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혁명과 건설의 기본단위를 ‘나라와 민족’이라고 하면서 남측을 혁명과 건설의 ‘우군’으로 끌어들여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모색했다. 김정은 시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나오면서부터는 혁명과 건설의 기본단위를 ‘나라’로 규정하고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내걸고 자력갱생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무인기와 관련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유감표시에 대해 “한국과 잇닿아 있는 공화국 남부국경전반에 대한 경계강화조치”를 언급하며 “적국과의 국경선은 마땅히 견고해야 한다”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볼 때,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당의 노선으로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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