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나온 말인지 알 수 없지만 시쳇말처럼 들었던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운구기일은 내가 가진 능력과 자질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 선거의 당락 결정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10%밖에 안 된다는 논리다.
선거는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이라고 말한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지방차지단체장이 된 인물이다. 그는 한 번의 낙선과 한 번의 당선으로 시장직을 맡았다. 그가 말한 운구기일 논리라면 당락의 경험 모두 사실상 본인의 능력 밖 일이었던 셈이다. 이런 결론이라면 적게는 몇만, 많게는 몇십만명으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된 시장·군수·구청장은 일할 맛이 날지도 의문이다.
유권자들은 잘 생각해야 한다. 지방선거 중에서도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일은 내 일상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매일 걷는 집 앞 골목의 안전과 청결, 차를 몰고 운전하는 겨울철 도로의 준수한 제설, 씻고 요리할 때 쓰는 수돗물의 깨끗하고 안정적인 공급, 교통사고와 범죄로부터 안전한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시내버스의 배차시간 조정을 통한 조금 덜 복잡한 버스 환경, 하천이나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산책까지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런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기초자치단체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살고있는 곳의 시장, 군수, 구청장이 누군지 관심을 갖는 이는 적다. 기초자치단체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아우르는 평가의 척도가 된 지 오래다.
지방선거는 국민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는 선거지만 후보가 가진 능력과 정책적 장점보다는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가 선거 결과에 더 크게 반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6월 3일 실시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99일 남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 군민, 구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끈다.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처음 실시한 1995년부터 꾸준히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 논의 중인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제도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상에 가장 근접한 행정권한을 가진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선거 역시 서울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좌우되고 말 것이다.
과거에도 줄곧 그래왔다. 정치권과 언론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이재명 정부가 치르는 첫번째 선거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 도시에서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정치적 지지 성향이 순식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정부·여당에 대한 ‘안정이냐? 심판이냐?’라는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내 일상과 생활, 삶을 척도에 두고 투표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마친 후에는 ‘지방선거는 ’운일기구‘라는 당선자들의 소회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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