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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20일만에 임상 승인…美친 ‘中바이오 굴기’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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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만의 법 개정으로 혁신 지원…5월 15일 시행

    미국보다 빠른 승인 체계로 글로벌 R&D 허브 도약

    국내 ‘MAH’ 공백 장기화에 규제 역전 우려 심화

    헤럴드경제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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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이 신약 혁신 촉진과 의약품 안전 감독 강화를 위해 23년 만에 ‘의약품관리법’을 대폭 개정하고 오는 5월 15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미국보다 단축하고 혁신 신약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

    ‘30일의 벽’ 깬 20일 승인…“속도가 곧 경쟁력”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상시험 승인 절차의 간소화다. 개정된 시행규정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임상시험 신청 접수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심사 및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작년 9월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한번 기간을 줄인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기간(30일)보다 10일이나 앞서게 됐다.

    바이오 업계에서 속도는 생존과 직결된다. 흔히 신약 개발에는 ‘10년의 기간, 10억 달러의 비용, 10%의 성공률’이라는 ‘3-10s’ 규칙이 통용된다. 중국은 규제 문턱을 낮춰 R&D 일정을 단축함으로써 기업들이 신약을 더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R&D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매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독점권 부여 등 ‘파격 인센티브’ 법제화
    단순히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던 혁신 장려 제도들을 명문화했다. 획기적 치료제 지정, 조건부 승인, 우선심사, 특별 승인 절차 등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견고한 법적 토대를 갖추게 됐다.

    파격적인 시장 독점권 규정도 신설됐다. 소아용 의약품은 최대 2년, 희귀질환 의약품은 최대 7년간의 시장 독점권을 부여받는다. 이는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아 기피하던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5년 12월 기준, 중국에서는 230종의 혁신신약과 449종의 아동약, 170종의 희귀질환약이 승인되며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책임소재’ 불분명…규제 역전 우려
    중국이 이처럼 공격적인 규제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등 대중국 압박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외부의 배제 움직임에 맞서 비임상부터 제조, 시판에 이르는 전주기 규제 시스템을 고도화해 자국 중심의 바이오 생태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중국의 개정안에 포함된 ‘의약품 시판 허가권자(MAH)’ 제도의 정교화다. MAH는 제조 시설이 없는 바이오벤처도 신약의 품질 관리와 위험 통제 역량을 갖추면 직접 허가권자가 되어 위탁생산(CMO)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자체 GMP 시설이 없어 CMO에 맡길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품질 평가를 직접 할 수 없다”는 건의가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 당국의 지침이나 해석에 가로막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 속도로 규제 환경을 재편함에 따라,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단순히 ‘빠른 승인’을 넘어, 혁신적인 생산 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유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중국 정부의 이번 대폭적인 법 개정은 비임상, 임상, 제조, 시판 및 안전관리 등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보다 성숙한 의약품 규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중국으로의 진출과 협력 촉진은 물론이고 중국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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