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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공정위 조사 전 PC 101대 교체한 현대중공업… 대법 “증거 인멸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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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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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임직원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하도급 갑질’ 의혹 조사를 앞두고 업무용 컴퓨터(PC)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이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처벌을 피하려 증거를 없애는 것은 방어권 차원에서 보장되는 행위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A 상무보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기소된 B 팀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역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씨와 B씨는 사건 당시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소속이었다. 현대중공업의 협력사들은 2017년 말부터 2018년 7월까지 공정위에 현대중공업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하도급븝 위반 행위에 대해 직권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A씨는 2018년 7~10월 B씨 등 직원들에게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B씨 등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PC 101대, 273명의 임직원이 사용하던 PC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했다.

    1심은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는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그 뒤에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크게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를 했지만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모순돼 보인다”면서도 “하도급법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앞으로 형사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다른 사람의 형사·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것을 두려워 증거를 인멸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또 담당자가 법인의 업무로 처벌받게 되는 경우 증거를 인멸했다고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파기 환송했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하도급 업체에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대금을 깎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7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1월 현대중공업의 갑질·불공정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과징금을 잘못 산정했다고 봤다. 이 판결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정위는 작년 9월 과징금을 127억3400만원으로 다시 산정해 의결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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