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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혈액형 다르면 어때” B형 남편에 신장 내어준 AB형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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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성모병원,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500례

    2009년 첫 성공 이후 16년 9개월 만의 성과

    부부간 이식이 과반수…최고령 수혜자는 73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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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씨(65남)는 1989년 당시 28살의 나이에 신장(콩팥) 기능이 망가져 형제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았다. 그런데 37년이 경과하자 이식 받은 신장의 기능이 소실됐다. 이식 공여자를 찾기 힘들었던 K씨에게 신장을 내준 건 아내였다. 아내의 혈액형은 AB형으로 B형인 K씨와 달랐지만, 전문 의료진에 의한 전처치 과정을 거친 덕분에 두 번째 이식수술도 거부반응 없이 성공할 수 있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K씨와 같이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난이도가 높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500례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09년 5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에 처음 성공한 이후 16년 9개월 만의 성과다. 과거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공여자로부터의 신장이식은 거부반응 위험 때문에 시행이 어려웠다. 그러나 혈액형 연관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탈감작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지난 24일 K씨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당연히 남편에게 이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배우자의 말을 들은 K씨는 “(나를 위해 신장을 내어준 것이) 마음 아프면서도 너무 고맙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K씨의 둘째 딸 역시 “평소 자상한 아버지가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는 물론 결혼한 언니와 저까지 모두 기꺼이 이식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거들었다. K씨는 “이 자리를 빌려 치료 과정에 최선을 다해주신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신장이식의 역사는 1969년 3월 25일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했던 명동성모병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모병원은 혈액형 부적합 이식 뿐 아니라 이식 장기에 강하게 반응하는 항체가 있어 거부반응이 위험이 높은 고도 감작 환자 및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 등 고난도 이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국내 신장이식 분야를 선도해 왔다. 병원 측은 혈관이식외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와 장기이식센터 전문 코디네이터팀의 유기적인 협력과 축적된 경험이 있었기에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된 500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생체 신장이식 중 혈액형 부적합 이식의 비율은 초기 10%에서 현재 35%까지 높아졌다. 가장 많은 수혜자-공여자 관계는 부부로 전체 500례 가운데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생체 이식에서 부부 이식 비율(35%)보다 높은 수치다. 500례 중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7%(34건)였고 최고령 수혜자는 73세였다. 고도 감작과 혈액형 부적합이 동시에 존재한 고위험군은 87건(17%)였으며, 재이식과 세 번째 이식은 각각 52건, 5건으로 집계됐다.

    이식 신장이 투석이나 재이식 없이 기능을 유지하는 생존율은 이식 후 1년 98%, 5년 94%, 10년 85%였다. 공여자와 수혜자 간 혈액형이 달라도 일반 생체 신장이식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박순철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도입으로 과거에는 공여자가 없어 이식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열렸다”며 “필수 약제와 검사법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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