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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시중·국책은행 닿지 않는 중견·지역기업에 생산적 금융 사다리” [헤경이 만난 사람-최원목 신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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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후 3년 6개월, 외연 확장 토대 마련

    폭넓은 민관 경험 살려 일하는 방식 바꿔

    중견기업 성장 지원안 구상해 직접 제안

    “신보는 산업과 금융 잇는 브릿지” 강조

    고객인 기업 중심의 정책금융 지원 확대

    헤럴드경제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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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대담 이정환 금융부장·정리 김은희 기자] “정말 재미있게 원 없이 일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만난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첫 마디는 강렬했다. 꼬박 3년 6개월간 이끌어온 조직을 곧 떠난다고 하면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 법도 했지만 그의 표정엔 아쉬움이 한 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 이사장이 재임한 3년 반 동안 신보는 보증 공급 기관을 넘어 종합 기업지원 기관으로 영역을 넓혔다. 취임 당시 약속한 ‘보증, 그 이상’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며 외연 확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의 표현대로 “신보는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 극복할 성장 사다리 제공”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최 이사장은 “8년여 만에 공적 영역으로 돌아온 거라 감회가 새로웠다”고 2022년 8월 취임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30년 간의 공직 생활과 뒤이은 국제기구, 비영리 사단법인, 민간 기업에서의 경험을 신보 경영에 모두 녹여냈고 이를 바탕으로 신보의 역할 재정립에 나섰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주어진 일을 해 왔던 관행부터 끊어냈다. 미리 검토해서 정책을 선제안했다. 일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최 이사장은 “일이 터졌을 때 잘 풀어내는 사람도 존경스럽지만 무슨 일이 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참 부러웠다”면서 “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신보에 와서 정부보다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대표적 변화가 중견기업을 본격 지원하게 됐다는 점이다. 신보는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과 경쟁력 향상을 돕는 게 주 업무다. 최 이사장은 “중견기업이 되면 세제가 무거워지고 금융지원이 끊기니까 회사를 쪼개거나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원천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 거래 상대방까지 모든 걸 가지고 있지만 없는 게 자본”이라며 “담보가 물려 있기 때문에 투자를 받지 않고 자기자본만 가지고는 확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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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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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봤고 그 역할을 신보가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보는 1년의 준비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혁신성장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한 재원도 5대 은행으로부터 2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출연받아 마련했다. 은행으로서는 중견 고객기업 중 담보가 부족한 곳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고 신보는 중견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신보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03개 기업에 1조85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 IBK기업은행과 iM뱅크로부터 총 430억원의 출연금을 추가로 확보해 보증지원 여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정부 출연금에 의지하지 않고도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필요한 자금이 흐르도록 길 놔야”
    최 이사장은 신보가 궁극적으로 ‘산업과 금융을 잇는 브릿지(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우선 지원하되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정부의 산업 정책을 뒷받침하고 은행의 기업금융 확대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분담하고 시장의 실패가 존재하는 곳을 보완해야 한다”며 신보를 ‘수요자 중심의 종합 정책금융 기관’으로 재정의했다. 고객인 기업에 필요한 자금이 흐를 수 있게 새로운 길을 놓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이사장은 특히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사이에서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생산적 금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상업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과 대형 정책자금 위주인 국책은행 사이에서 자칫 금융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중소·중견·스타트업의 지원을 맡겠다는 취지다.

    그는 대표 사례로 ‘신보 보증부 대출’을 지목하고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자금이 생산적 영역으로 흐르게 하는 수단으로 신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균형발전도 신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최 이사장은 “지역 코어 기업이 건설, 유통, 숙박, 관광 등이어서 생산적 금융만 강조하게 되면 금융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화된다”고 꼬집으며 “정부가 2028년까지 지역 정책금융 공급 비중을 45%까지 늘리라고 했지만 신보는 이미 그 이상을 지방에서 한다. 그게 신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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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12일 오후 마포 프론트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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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관세전쟁’을 계기로 두 가지 신규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신보는 지난해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1000억원의 예산을 따내 위기대응 계정을 신설했고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올해 예산 때는 첨단산업 지원 자금을 요구해 정부출연금 800억원을 확보했다. 두 사업 모두 신보에서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로 신보의 자체재원 각 1400억원, 800억원을 더해 공급 규모를 확대했다는 게 특징이다.

    최 이사장은 “보증료를 낮추고 보증비율을 올리고 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정부 출연금이 필요하다”면서도 “신보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붙여 (정부) 돈이 소진되더라도 우대 보증을 이어가겠다고 정부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체 재원의 일부만 받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고 부연했다.

    신보는 현재 위기대응 특례보증을 통해 미국 관세 조치는 물론 산업위기, 산불 재난 등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보증을 공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첨단산업 특별보증을 통해서는 향후 5년간 4조원씩 총 2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민·관·공 손잡고 신보만의 협업모델 정립
    최 이사장은 협업을 통한 신보만의 새로운 기업 지원 모델 정립에 공을 들였다. 이는 정부의 추가 출연금을 받기 어려워진 현실을 직시한 대응이었다.

    그는 “신보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직원들이 정부 출연금에 의지하고 싶어 했지만 예산당국 입장에서 보면 신보가 코로나 때 준 돈을 잘 관리해 상당 부분 남겼고 추가 출연 없이도 돌아가는데 출연금을 줄 유인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 외의 다른 곳에서 출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설득했고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공공기관, 은행의 출연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단일 기관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경제주체와의 협업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신보는 150억원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현대차 협력기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 집행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2534억원을 공급했다.

    최 이사장은 “협력기업을 위해 수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보증은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하지만 자체 재원을 활용하는 경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재무 건전성과 회수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지원 대상이 1차 협력사로 제한된다”며 “현대차 협력기업의 경우 부실이 나더라도 특별 재원으로 메꾸면 되기 때문에 2·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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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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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이사장이 외연 확장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신보 본연의 시장 안정 기능도 적극 수행했다. 취임 당시 최대 이슈였던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금융지원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정부는 위기 때마다 신보를 구원투수로 활용한다”며 “코로나는 물론 레고랜드, 대유위니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졌을 때 기업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고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의 본질이 리스크를 식별해 관리하는 것인데 이건 신보가 가장 잘 한다”며 “계정마다 수입과 지출이 일치하게끔, 부실이 다른 계정으로 번지지 않게끔 관리하고 있고 이는 위기를 넘기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신보가 기업지원 종합 설루션 제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도입 초 내부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기업 종합 상담의 핵심 창구가 된 ‘이노베이션1’이야말로 신보의 ‘보증, 그 이상’ 도약을 보여주는 성과다.

    이노베이션1은 은행의 프라이빗뱅킹처럼 기업의 복합 수요에 맞춰 신보뿐 아니라 다른 기관의 정책까지 연계해 지원하는 기업형 정책금융(PB) 서비스다.

    당장 신보만 해도 보증·보험 외 온갖 사업을 하고 있고 정부 지원사업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 대학·연구소, 투자회사도 기업 지원 상품을 가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여러 기관을 일일이 방문할 필요 없이 이노베이션1에서 필요한 금융 지원을 연계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금융 애로를 종합적으로 상담받을 곳이 없다”며 “AI 기반 기업분석시스템인 바사(BASA)를 활용해 회사를 종합 진단하고 복합 수요에 맞춘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연계한다”고 말했다. 현재 17개 대외 기관과 협업하며 작년 말까지 총 142개 기업에 2060건의 사업을 연계해 줬다.

    “피지컬 AI에 관심 커…데이터 댐 되겠다”
    최 이사장이 기대하는 앞으로의 신보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AI와 데이터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재정경제부가 선정한 금융분야 AI 선도기업이기도 한 신보는 지난해 10월 기존 DDP(디지털·데이터·플랫폼) 전략에 AI를 연계한 새 경영방침을 정립했다.

    최 이사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지원에 강점이 있는 만큼 AI 첨단산업 중에서도 피지컬 AI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고자 한다”며 “AI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플랫폼 경제에서는 플랫폼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신보가 데이터 댐이 돼 더 많은 기업 관련 데이터를 모아 개인정보 시장에서 한국신용정보원이 하는 역할을 기업정보 시장에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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