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4 (화)

    불길보다 먼저 움직인다…산불 속 생명선 지킨 '레디 셋 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함양·밀양 인명피해 '제로'…과학적 예측으로 대피 골든타임 확보

    연합뉴스

    '안개·연기' 악조건 속 산불 진화
    (밀양=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산불 진화 헬기가 24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6.2.24 image@yna.co.kr



    (밀양·함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올해 첫 대형 산불로 기록된 함양 산불과 요양병원을 비롯한 민가 확산이 우려된 밀양 산불 등 경남에서 잇따른 대규모 산불 발생에도 인명 피해가 없었던 비결은 산림당국이 도입한 '레디 셋 고(Ready-Set-Go)' 대응 체계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레디 셋 고' 시스템의 핵심은 과학적 예측에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즉시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이 가동된다.

    실시간 측정으로 산림의 상태, 지형, 경사도, 풍속 등을 종합 분석해 8시간 뒤 불길이 어디까지 퍼질지를 미리 그려낸다.

    산림당국은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불길이 민가나 요양병원 등 주요 시설을 덮치기 훨씬 전부터 대피 단계를 가동한다.

    '레디(Ready)' 단계에서 산불 발생을 인지하고 대피를 준비하며, '셋(Set)' 단계에서 가축 이동 및 생필품 구비 등 구체적 행동에 들어간다.

    마지막 '고(Go)' 단계에서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 즉시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한다.

    이번 밀양 산불에서 요양병원 환자들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었던 것도 불길이 닿기 전 이미 대피 경로와 장소가 확정되었기에 가능했다.

    강풍을 타고 번진 화마 속에서도 주민들은 단 한 명의 부상 없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함양 산불 당시에도 산림청은 45도에 육박하는 험준한 지형 탓에 지상 진화 인력의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 즉각 고(Go) 단계를 가동했다.

    불길이 민가에 닿기 전 유림면 어울림체육관 등으로 주민들을 선제 대피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과거에는 산불 상황이 산림청 등 담당 부서 실무자에게만 전달돼 유관 부서와 협조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스템상에서 시·군 부단체장에게까지 직접 문자가 발송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무원들 사이에 '산불 부서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지자체가 경각심을 갖고 함께 움직이면서 대응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작년 영남권 산불 당시 대피 권고에도 불구하고 집을 떠나지 않으려던 주민들이 많았다.

    반면 올해는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스스로 대피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경찰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피를 거부하는 주민을 경찰차에 태워 안전지대로 이송하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이번 함양과 밀양에서도 이러한 조치를 포함한 입체적 작전이 주민 대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평가다.

    산림청 관계자는 "대형 산불 속에서도 인명 피해 '제로'라는 수치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적용해 피해를 원천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