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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60년 지켜온 비판지성…K담론 새 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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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비평, 방향성 제시

    폐간 등 버틴 문예·정론 종합지

    한국 사상 개발과 확산에 주력

    북클럽 등 독자 소통도 내걸어

    출판 기반 IP사업화 본격 속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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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1월 당시 28세 청년이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계간지 ‘창작과비평’을 창간했다. 정가 70원의 132쪽 소책자는 문학과 인문·사회과학을 두루 아우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형태였다. 처음엔 문우출판사의 이름을 빌려 발행했다. 백낙청 편집인은 창간호에서 “지식인이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나 서로의 선의를 확인하고 힘을 얻으며 창조와 저항의 자세를 새로이 할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후 1974년 도서출판 창작과비평사를 설립하고 ‘창비신서’를 간행하며 단행본 출판에 나섰다. 독재 정권과 대립하며 굴곡진 역사를 감내해야 했다. 전두환 군부는 1980년 ‘창작과비평’을 강제 폐간했고 1985년에는 출판사 등록을 취소했다. 이후 민주화운동에 힘입어 1988년 복간했고 2003년에는 사명을 창작과비평사에서 ‘창비’로 바꿨다.

    올해 ‘창작과비평’이 60돌을 맞았다. 문예지와 정론지를 겸한 비판적 종합지가 60년간 제자리를 지킨 것은 한국 지성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남주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은 2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60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와 정론에 관심 있는 독자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 두 부분을 결합하는 게 창비의 중요한 방향이었고 창비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정론 쪽에서 강조하는 것이고 그런 부문이 문학과 동떨어진 건 아니다”라며 “정론에서 지향하는 바가 문학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정론과 문학이 서로 지탱해주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굴곡진 현대사에서 60년을 버텼음에도 창비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영상 콘텐츠의 득세 속에 문학의 위기감이 커지고 한때 대학가의 필독서로 꼽혔던 ‘창작과비평’의 존재감도 예전 같지는 않다. ‘창작과비평’이 ‘K담론’과 ‘독자와의 소통 강화’를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이 주간은 “계간지로서 K담론의 거점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감당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한 K담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창비는 2024년 연속 기획 ‘K담론을 모색한다’를 시작하며 다산과 유교적 근대성론, 김대중 사상과 K민주주의 등 총 8회에 걸쳐 K담론을 제시했다. 올 들어서는 ‘창작과비평’ 봄호 특집에도 이 연재를 이어나가며 K담론의 확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국 문학과 K사상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기획 연재도 시작한다. 첫 순서로 2026년 봄호에 염상섭과 나혜석의 문명비평가적 면모와 사상의 의미를 밝히는 평론을 싣고 올 가을에는 K사상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북클럽을 통한 독자와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창비의 정기 구독자는 종이 구독자 7500명, 전자 구독자 2500명으로 총 1만 명이다. 특히 전체 구독자의 40%에 달하는 2030 독자들의 호응이 높은 북클럽 ‘클럽창비’의 활동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운영 중인 2기 ‘클럽창비’에는 2700명의 독자가 참여해 ‘한강 소설로 돌봄 사유하기’ ‘겨울호 시 읽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주간은 “젊은층이 책과 거리를 두는 것은 출판 생태계 전반의 문제”라며 “다만 2030세대 독자들이 독서 모임을 통해 회원들과 토론하고 교류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판 기반 지적재산권(IP)의 사업화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창비가 2020년부터 8권까지 출간한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영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에는 10억 원을 출연해 재단법인 창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초대 이사장은 소설가 현기영이 맡았다. 재단은 기존에 창비가 해왔던 만해문학상·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 등 문학상 사업과 사회 담론 및 출판 관련 연구와 포럼 사업, 문학과 인문학 진흥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한편 이 주간은 백낙청 명예편집인의 역할과 관련해 “공식적인 역할은 없으며 잡지가 나오고 편집회의를 할 때 다른 고문들과 의견을 전하면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편집인은 2015년 퇴임했다.

    이재용 선임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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