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리콘밸리와 월가, 워싱턴을 사로잡은 새로운 경제 지표가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의 절반 이상이 AI 투자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분석이 등장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 JP모건 체이스 등 주요 분석 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AI 설비 투자 확대가 2025년 미국 성장에 직접 기여한 비중이 기존에 알려진 92%나 39%가 아니라, 사실상 0%에 가까울 수 있다"라고 밝혔다.
조지프 브릭스 골드만 삭스 글로벌 경제 리서치 공동 리더는 "AI가 경제를 지탱했다는 이야기는 직관적으로 그럴듯했지만, 오히려 실제 데이터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노력을 막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AI 투자 지출이 미국 경제 성장에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계산 방식 때문이다. 미국 GDP(약 31조달러)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만 반영한다. 수입품과 해외 부품 비용은 다른 나라 경제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해 차감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500달러에 수입한 소파를 1000달러에 판매하면 미국 GDP에는 500달러만 반영된다. 5만달러짜리 미국산 트럭에 1만달러어치 해외 부품이 들어갔다면, 4만달러만 미국 경제 기여로 계산된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의 약 75%가 컴퓨터 장비와 반도체 등 하드웨어가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들 상당수는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엔비디아 등 미국 AI 대표 기업들도 주요 생산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AI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써도, 상당 부분이 수입으로 처리돼 GDP 기여도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AI의 경제적 기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기존 정부 통계가 AI 효과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식으로 계산하면 AI 붐이 성장에 더 크게 기여한다고 봤다.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경제의 두 엔진은 AI 생태계와 부유한 소비자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AI 열풍은 주가 상승을 통해 미국 가계의 자산을 불렸고, 이는 소비 확대를 자극하는 간접 효과를 냈다.
중도적 시각도 적지 않다. 경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조지프 폴리타노는 AI 관련 지출이 지난해 2.2%였던 미국 성장률 중 약 0.2%포인트를 기여한 것으로 계산했다. "AI는 분명 중요한 요인이지만, 모든 것을 좌우하는 존재는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2025년 첫 9개월간 미국 성장의 약 39%를 차지했다는 분석을 공동 작성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한나 빈턴은 "이 수치는 AI 관련 효과의 최대치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으며, 초기 관세 인상 우려로 수입이 급증했던 시점의 왜곡 효과가 AI 중요도를 과대평가했을 수 있다"라고 인정했다. "AI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논쟁과 별개로 AI 투자 열풍이 거대한 규모로 진행 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 전역에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으며, 올해 미국 5대 기술 기업은 AI 인프라 등에 총 7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스웨덴 전체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 노동자 고용이 늘고, 토지·시멘트·터빈·반도체 수요도 급증했다. 이는 AI가 경제에 미치는 가장 가시적인 영향이다. 그러나 기업과 소비자가 실제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의 성장 기여도를 둘러싼 계산 논쟁은 세부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경제 전반에서 벌어지는 더 큰 변화를 놓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통계 수정과 추가 데이터가 나오면 AI의 성장 기여도 역시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AI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해석이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AI가 경제 르네상스를 촉발하고 있다"라며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알렉산드리아 오 캐시로-코르테즈 등 일부 비판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한 구조로 기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들어서는 골드만 삭스처럼 "AI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저작권자 Copyright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