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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AI가 대량감원→소비 붕괴→금융 불안 부른다'…월가 뒤흔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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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 시나리오에 '공포 투매']

    AI에이전트가 생산성 향상 동시에

    전문직 일자리 삼키며 소비위축 초래

    수익 감소로 은행·카드사 부실 우려

    IBM株 13% 급락…25년래 최대 낙폭

    S&P500·나스닥 각각 1% 넘게 하락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23일(현지시간) 미국 월가를 뒤흔든 ‘AI 공포’의 진원지는 한 리서치 회사의보고서였다. 월가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거시 리스크 분석으로 주목받아 온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전날 뉴스레터 구독서비스인 서브스택(Substack)에 공개한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가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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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고서는 AI가 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화이트칼라 고용과 임금을 구조적으로 훼손해 소비를 확 줄이고 그 충격이 사모 신용(프라이빗 크레딧)·보험·주택담보대출(모기지)로 전이돼 연쇄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할수록 오히려 소비·고용·금융 시스템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 낙관의 역설’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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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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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후 실업률 10.2%로 치솟고, S&P500 38% 급락

    보고서는 2년후인 2028년 6월자 가상의 거시경제 리포트 형식을 빌려 상황을 그려냈다. AI 에이전트가 코딩·업무 자동화·의사결정·중개 기능을 대체하면서 기업은 인력을 줄이고 소득이 감소한 가계는 소비를 축소한다. 매출 압박을 받은 기업은 비용 방어를 위해 다시 AI 투자를 확대한다. 가상 시나리오에서 실업률은 10.2%까지 치솟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고점 대비 38% 하락한다. 시트리니 리서치는 이는 예측이 아니라 시장이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레프트 테일(left-tail) 리스크’, 즉 저확률·고충격 시나리오를 모델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확산 초기 국면은 호황처럼 보일 수 있다. 인력 감축으로 마진이 개선되고 늘어난 이익은 AI 컴퓨팅 투자로 재유입된다. 생산성과 명목 GDP는 양호하게 찍히고 주가는 AI 인프라 기대감에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를 ‘유령 GDP(Ghost GDP)’라고 명명했다. 생산은 증가하지만 그 소득이 가계로 환류되지 않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는 의미다. 특히 화이트칼라 고용 축소가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미국 소비의 상당 부분은 상위 소득계층이 떠받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이 실직하거나 저임금 직군으로 이동하면 일자리 감소폭 이상으로 소비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서비스·플랫폼 노동으로 인력이 몰리면 해당 부문 임금까지 압박받는다.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소득 분포 상단이 흔들리는 구조적 충격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에선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가 위기를 촉발하는 시발점으로 봤다. AI 코딩 도구가 발전하면 기업은 고가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로 대체하려 할 수 있다. ‘이용자 기반 과금’ 모델은 고객사가 인력을 줄이는 순간 라이선스 매출이 동시에 축소한다. 감원이 AI 도입을 촉진하고, AI 도입이 다시 감원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다.

    중개·결제 산업도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화이트칼라 해고 확산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고객 기반과 카드 결제 규모가 축소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AI 에이전트가 전자상거래에서 카드 대신 스테이블코인 등 대체 결제수단을 선호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마스터카드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결제 네트워크, 관련 은행·모노라인 카드사까지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배달 플랫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경쟁사가 손쉽게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수 있고 배달 기사들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비교해 일감을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AI 에이전트를 통해 최저가를 자동 탐색하면서 브랜드 충성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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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DALL-E3가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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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현실적 가정 지적에도…시장은 민감하게 반응

    보고서 공개 이후 일부 기술업계 인사들은 비현실적 가정이라며 일축했지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동안 주요 빅텍 기업이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강조해온 AI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AI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려 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도어대시,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우버 등은 4~7% 하락했다. KKR, 블랙스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대체자산 운용사도 5~8% 떨어졌다. S&P500지수는 1% 넘게 밀렸고, 나스닥지수도 1% 이상 하락했다. IBM은 13% 급락해 2000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자사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가 IBM 메인프레임 환경의 코볼(COBOL)을 현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영향이다. AI가 기존 기업 시스템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보고서는 충격이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기술·소프트웨어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된 사모신용 시장에서 부실이 늘고, 보험사를 자금원으로 삼은 대체투자 구조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고 신호가 완전히 울리기 전 투자자와 정책 당국이 구조적 전제를 점검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제시했다. 공동 저자인 알랍 샤 로터스 테크놀로지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AI 발전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약 5% 감소할 수 있다”며 “정책적 개입이 없다면 미국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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