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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근 MBC PD<사진>는 24일 오후 한국언론학회 주최 ‘한국 방송 100년,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세미나의 일환으로 진행된 ‘AI와 미디어’ 북토크에서 “대중들이 즐기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 콘텐츠 수익형 모델을 만들면서 새로운 서사구조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선 AI가 미디어 산업의 콘텐츠 제작 방식과 서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체감한 고민과 과제가 폭넓게 공유됐다.
최 PD에 따르면 과거 방송 제작은 텍스트 기반 기획과 인간 연출자의 판단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AI가 기획·편집·연출 전반에 개입하며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제작 효율화 차원을 넘어 서사 구조 자체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예능 프로그램 ‘PD가 사라졌다’다. 이는 AI PD ‘M파고’가 프로그램 기획부터 캐스팅, 연출, 편집, 출연료 산정까지 수행하는 과정을 담은 사회실험 형식의 콘텐츠다. AI가 제작 전반에 참여하는 과정을 전면에 드러낸 실험적 시도라는 평가다.
해외에선 이 같은 흐름이 이미 본격화됐다고도 그는 전했다. 페이블이 개발한 인터랙티브 플레이블 미디어 플랫폼 ‘쇼러너’는 수천 명의 이용자가 직접 쇼러너 역할을 수행하며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가 스토리 전개에 개입하고 선택하는 구조다.
중국에선 AI 단편 영상 창작 플랫폼 ‘세코 2.0’(Seko)이 숏폼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세코는 100회차 이내 연속 창작을 지원하면서도 서사 흐름을 유지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특히 세코를 통해 제작된 실사 협업 단편 ‘완심계(婉心计)’는 틱톡 중국에서 AI 단편드라마 1위를 기록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결과물을 생성하는 도구를 넘어 대중의 취향을 분석하고 반영해 콘텐츠를 설계하는 능력까지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도 AI에 의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단순 기술 중심의 ‘콘텐츠 테크’를 넘어 팬덤 기반의 ‘엔터테크’로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제작에서 AI가 비용 절감이나 제작 시간 단축에 방점을 뒀다면, ‘엔터테크’는 기술을 통해 팬덤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최 PD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콘텐츠는 텍스트 형태의 서사가 매체에 우선했다면 AI에 의해 서사와 매체, 실재와 가상, 생산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영역이 연결된 ‘하이퍼 소사이어티 시대’로 가고 있다”며 “AI가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재창조되는 새로운 세계, 메타버스가 종착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확산 속에서 인간과 기술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산업 구조와 수익 모델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향후 미디어 산업의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최 PD는 “어디까지가 AI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의 영역인지 묻는 질문이 많지만 현재는 대체 관계가 아닌 공진화의 단계”라며 “AI와 인간이 협력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기술을 활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이제는 기술 자체보다 어떤 서사를 설계하고, 어떻게 수익 모델과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나선 김대규 서울대 연구원은 “AI는 인간 두뇌를 확장하는 기술로 방송과 저널리즘 현장에서 실제로 창작과 제작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며 미디어 지형을 바꾸고 있다”며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지만 미디어는 늘 기술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변형해왔듯이 AI 시대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I의 ‘주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됐다. 이승현 동서울대 교수는 “AI는 의도나 목적성을 갖는 존재가 아니라 프롬프트에 따라 반응하는 시스템”이라며 “결국 의뢰인이 설정한 질문과 방향에 맞는 답을 내놓는 구조인 만큼 제작 과정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 결론을 이끄는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 연출자의 판단”이라며 “의도와 책임은 인간에게 귀속된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진정한 주체였는지, 제작비 절감 효과가 실제로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AI 활용이 확대되는 만큼 이에 맞춰 제도적 장치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날 제기됐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심의 혹은 AI 기반 심의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규율할 것인가는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며 “미디어의 공공성과 본질적 가치를 지키려면 AI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지속적인 실험과 어느 정도 인적 개입을 통해 검증·개선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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