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이사 닷새만 참변…숨진 고교생 딸 옆에선 타다 만 책들
이어지는 은마아파트 화재 현장 감식 |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24일 화재가 발생해 4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는 매캐한 탄내가 진동했다.
불이 난 아파트 8층 집 유리창은 모두 깨져있었고 창틀도 부서졌다. 꼭대기인 14층까지 수직 방향으로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날 소방 당국이 공개한 집 베란다 사진에는 불에 타다 만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A(16)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의 40대 어머니와 10대 여동생은 얼굴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당한 채 소방 당국에 구조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아래층에 산다는 한 주민은 "밖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대피했다"며 "잠옷 차림으로 내려온 A양의 어머니가 소방관에게 '아이 한 명이 못 나왔다'고 계속 말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화재 현장 |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A양은 의과대학 진학을 꿈꾸며 화재 닷새 전인 지난 19일께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50대 이웃 주민은 "최근까지 내부가 수리 중이어서 그 집에 사람이 사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교육 1번지'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는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좋은 학군을 찾아 전세 수요가 몰리는 곳으로 꼽힌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1992년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되기 전에 착공된 아파트 대부분은 화재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주택 화재 1만602건에서 발생한 사망자 116명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주택에서 나왔다.
안내 방송과 화재 경보가 울렸으나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주민들도 속출했다. 한 주민은 "방송은 듣지 못하고 바깥이 시끄러워 화재 사실을 알고 대피했다"며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소방 당국과 합동 감식을 벌이는 한편 A양의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현장 지켜보는 주민들 |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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