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
오스코텍 창업자 김정근 고문 사망으로 경영권 문제 도마 위로
연구비 조달 과정서 지분 희석…2대주주 공격에 경영권 빼앗겨
장기연구 리스크 안은 바이오 창업자 방어 수단 없어
일몰조항 결합한 '한국형 차등의결권' 도입 필요
[글=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코스닥 상장사 오스코텍의 창업자인 고(故) 김정근 고문이 최근 미국 출장 중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30여 년 전 안정적인 의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회사를 만들겠다며 창업에 나선 그는 끝까지 연구자이자 창업가였다. 그 결단과 집념은 2007년 코스닥 상장을 거쳐 국내 개발 항암제 최초의 미국 FDA 승인(렉라자), 알츠하이머 치료 항체의 사노피 기술 이전이라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이정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취의 이면에는 한국 자본시장의 거버넌스 구조가 빚어낸 음영 또한 존재했다. 거액의 연구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김 고문과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은 12%대로 희석되었고, 회사는 외부 세력의 조직적인 공세에 취약한 소유구조가 되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발행주식총수의 80%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하는 초다수결의제, 이른바 ‘80% 룰’을 정관에 도입했지만,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과 그 지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2대 주주와 일부 소액주주 연대는 이 장치를 ‘악의 축’으로 낙인찍으며 정면 공격에 나섰다. 결국 김 고문은 2025년 정기주총에서 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이사회에서 축출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은 냉정한 사실 검증과 장기 가치 분석이 아니라 ‘소액주주에게 불편한 장치는 모두 나쁘다’는 단선적 프레임과 SNS·커뮤니티 포퓰리즘이 결합한 집단적 린치에 가까운 장면이다. 명백한 탈법이나 사익편취 행위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의사결정을 둘러싼 사실관계 왜곡과 잠재 리스크 과장, 감정에 호소하는 여론을 근거로, 창업 이후 기념비적 성과를 창출해온 창업자를 ‘몰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소수주주권이 과소비된 셈이다.
소셜미디어(SNS) 시대의 행동주의는 ‘견제와 감시’라는 본래 역할을 넘어서, 여론을 동원한 공개적 징벌과 이벤트 드리븐(M&A·분할·상장 등 사건이 발생했을 때 투자하는 방식) 등 단기 수익 추구로 오용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논쟁적인 몇 가지 의사결정을 침소봉대해 ‘악당’으로 만들고, 장기간 기업을 지탱해온 창업자의 성과와 맥락은 지워버린 채, 연임 저지라는 선택지부터 꺼내 드는 방식이 선례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 이는 특히 자본조달 과정에서 보유지분율이 저하된 창업자에게 불리한 편향된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와 명백한 불법은 무관용으로 다루되, 실패를 전제로 한 장기 R&D와 임상 리스크를 떠안고 산업의 지평을 넓힌 1세대 창업자에게까지 동일한 프레임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해당 바이오섹터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도 손실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려면, 최소한 바이오·딥테크 섹터만큼은 창업자가 지분 희석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본을 조달하며, 장기 혁신에 소신있게 도전할 수 있는 자본시장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비상장 벤처에 한정해 허용되는 복수의결권을 상장사에도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일몰조항을 결합한 ‘한국형 차등의결권’을 설계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다시는 제2의 김정근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나오면 안 된다. 삼가 고(故) 김정근 고문의 명복을 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첫 의결권자문사이자 기업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ESG 전문기관이다. 류영재 대표는 증권사에서 자본시장 실무를 경험한 후 서스틴베스트를 창업한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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