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지역 단위로 이송 원칙을 명확히 정해, 응급환자 이송이 ‘우연한 선택’이 아니라 ‘합의된 절차’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 개정, 인력 확충, 사법 리스크 완화 등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응급의료기관, 119구급대, 구급상황센터, 광역상황실 각각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정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주영국 소방청 119대응국장, 이중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사업으로 응급의료 문제가 해소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응급의료 문제는 단순히 이송·전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종 치료 역량 강화, 필수의료 보호 대책, 안전망 보강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해결된다. 그런 변화는 시간이 걸린다.”
다만 정부는 “당장 손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응급환자가 제때 이송되지 못하는 문제는 단기적으로라도 개선이 필요했다. 그래서 병원 전 단계(119)와 병원 단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중증 응급환자 이송·전원 체계를 강화해보자는 것이다.”
시범사업 배경도 설명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2024년 도입됐다. 기관마다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협력할지 현장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수용 여부 확인은 지금도 한다. 시간 단축 실효성이 있나.
“핵심은 ‘확인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분산하느냐’다.”
정부는 심혈관·뇌혈관·외상·분만 등 중증 질환의 경우, 지역별 수용 가능 병원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자가 동시에 몰릴 때다.
“한 병원에 두 환자가 동시에 가면 둘 다 적절한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 실시간으로 자원을 보고 분산시키는 체계를 작동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용병원 확인 횟수 ▲미수용 시 전환 절차 등 내부 세부 매뉴얼을 마련해 3개월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우선수용병원의 역할은.
“우선수용병원은 최종 치료 병원이 아니다.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하고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이다.”
지리적 접근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심정지 의심 환자는 가장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간다. 그 외 긴급 환자도 시간 내 도달 가능한 기관을 우선 고려한다. 여건이 어려우면 지역응급의료기관까지 포함해 유기적으로 판단한다.”
-모든 병원이 수용 불가하면 어떻게 하나. 사실상 강제 지정 아니냐.
“현재 법적 수용 의무는 없다.”
다만 지금도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존재한다고 했다.
“명시적 의무는 없지만, 안정화 처치는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데 현장 의료진도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가 제기하는 사법 리스크 우려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응급의료법 개정 등을 통해 의료사고 책임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시범사업에 즉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지침부터 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했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침 없이 우연적으로 진행되는 게 더 큰 혼란을 만든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라도 지역이 약속을 정하고 가자는 것이다.”
우선수용 후 최종 치료 병원으로 전원할 경우, 재이송은 119가 맡는다.
“우선수용병원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안정화 후 전원이 안 되는 문제다. 시범사업에서는 전원 이송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것.”
-재이송 인력은 충분한가.
“여유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다. 예비 구급차를 최대한 활용할 것.”
-시범 지역 중증환자 규모와 인력 충원 계획은.
“시범 지역의 중증응급환자는 하루 평균 89건이다.”
정부는 올해 광역상황센터 인력 30명 증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다만 즉시 전원 충원은 어려워, 다른 지역 인력을 일부 지원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업무 부담은 있겠지만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
-기존 병원에 환자를 더 많이 받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환자를 더 많이 받게 하려는 게 아니다. 환자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명확히 정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약속 없이 움직이는 상황이 오히려 시간 낭비와 치료 지연을 낳는다.”
-경증 환자에 응급실 자원이 몰리는 문제는.
“의정 갈등 당시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안내했지만, 이번 시범사업에서 별도 홍보 계획은 없다.”
다만 경증 환자의 응급실 쏠림이 중증 치료에 부담이 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경증 환자가 택시로 직접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중증 환자를 봐야 할 응급실이 포화된다. 대국민 홍보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반발에 대한 대응은.
“핵심은 사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다.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정부는 질서 없는 현장 상황을 더 큰 문제로 봤다.
“이 문제는 동시에 풀어야 한다. 지역마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계속 설득하겠다.”
-우선수용병원 이송 시간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다. 1~2시간 단위로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범 지역 선정 기준은.
“미수용 사고가 많아서 선정한 것은 아니다. 특히 전남은 상대적으로 의료 자원이 적은 지역이다. 자원이 제한된 곳부터 원칙을 세우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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