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기대 줄자 기업들 달러 팔아…수급 개선"
"개인 해외 투자는 지속…작년 서학개미 ETF 포함 투자, 국민연금보다 많아"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강류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더 내려올 수 있다는 인식에 기업들이 달러를 팔기 시작한 것이 수급 요인으로 환율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올해 해외 투자를 200억달러 이상 줄이고 환 헤지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환율 상승 기대를 잠재우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개인들의 해외 투자는 올해들어 이달 중순까지 지난해 10∼11월과 비슷한 규모로 이뤄졌다"면서 "최근엔 개인 해외 투자 규모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안심할 땐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 |
--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은.
▲ 3개월 뒤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방향 사전 지침) 때와 달리 6개월 뒤 점도표를 결정할 땐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개별 위원들의 생각은 말씀드리지 못한다. 다만 점도표를 찍기 전에 나온 논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6개월 뒤 기준금리를 연 2.25%로 낮게 제시한 경우엔 경기 회복세가 있지만 케이(K)자형 회복이라 부문 간에 회복 속도 차이가 커서 아직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 또 환율과 주택시장 상황이 안정돼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짐작된다. 반면 2.75%로 찍은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물가가 오를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안다. 모든 것은 조건부 전망이다.
3개월 뒤 금리 전망 역시 개별 위원들의 의견을 묻진 않았다.논의 과정에서 언급된 (금리 전망) 이유는 6개월 뒤 전망 때와 같았다. 다만 3개월 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0%로 높이고 내년은 1.8%로 낮춰 잡았는데, 경기가 회복세이긴 하지만 완전하진 않은 것으로 보나.
▲ 올해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내년 전망인 1.8%가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잠재 성장률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GDP갭(실질GDP-잠재GDP)은 올해 작은 수준이지만 마이너스(-)로 유지될 것 같고, 플러스(+)로 교차하는 시점은 2027년도 중·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다.
--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 세금, 대출 규제 강화하는 등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이 단기적으로 집값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 정부 정책 이후 최근 서울 주택 가격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인 안정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여러 정책, 특히 수요를 컨트롤하는 거시 건전성과 함께 공급, 세제, 그리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 환율이 작년 말에 비해 낮아졌지만 변동성은 높은 상황이다. 현 수준이면 고환율 부담은 일정 부분 덜었다고 봐도 될지. 또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낮아졌는데 그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오가고 유튜브 등에서 환율이 1,500원이 넘어 원화가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할 땐 마음이 좋지 않았다. 환율 상승으로 기대가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어느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지난해 내국인 해외 투자가 3배 정도 늘었고 특히 10, 11월에 집중적으로 늘었다. ETF까지 포함한다면 개인 투자 규모가 국민연금보다 더 컸다. 이는 탓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펀더멘털보단 수급요인이 외환시장에서 더 압력을 줬다고 설명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올해 해외 투자를 200억달러 이상 낮추겠다, 환 헤지도 하고 운영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환율 상승 기대를 잠재우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환율이 1,500원대까진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팔기 시작하고 그게 수급 요인으로 환율을 낮추고 있다. 어제, 오늘만 해도 달러 강세, 엔화 약세인 반면 우리 원화가 강세로 가는 모습은 수급 요인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에 의한 해외 투자 유출은 상당히 줄었는데, 개인들의 ETF(상장지수펀드) 포함 해외 투자는 작년 10, 11월 수준과 거의 같은 비율로 올해 2월 중순까지 나갔다. 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누군가를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근엔 개인 투자가 나가는 것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어떤 면에선 수급 요인이 개선된게 아닌가 한다.
환율이 확 내려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수급요인 외에도 미국 인공지능(AI) 영향, 미 관세 관련 대법 판결 영향, 일본 재정 정책 우려 등 해외요인은 사실 굉장히 크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는 작년 초 계엄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많이 늘었고, 주가가 많이 오른 작년 말과 올해 1,2월에 유출이 많았다. 이는 작년에 투자한 것이 가격이 많이 올라 이익을 실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저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 비중 자체를 늘린 게 아니고 갖고 있던 것의 주가가 오르면서 가격 비중이 올라간 것이고 그 일부를 지금 이익 실현을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 시장이 더 탄탄해지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등에도 들어간다고 하면 외국인들이 투자 비중을 늘려 추가로 더 들어올 가능성도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가가 오르자 환율 헤지를 했다는 것이다. 1, 2월에 환율이 빨리 안 내린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의 주식 보유 액수가 커지다 보니 헤지를 하기 시작해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을 오히려 올린 영향이 있다. 해외 투자를 나갈 때 환율 헤지를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외국인들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고 본다.
-- 이번에 6개월 후 금리 전망 점도표를 도입한 배경. 1년이나 다른 기간이 아닌 6개월 시계로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 한은 총재로 와서 3개월 뒤 금리 전망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 3년째 해오고 있다. 다만 이걸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건부 전망이라는 것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아직 1년으로 확장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가 소규모이고 대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6개월은 다른 나라의 1년 수준의 불확실성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은 총재가 되고서 3년간 준비해온 것이라 (임기 종료 전에) 마무리하고 나가는 게 좋다는 생각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 경제 성장과 관련해 양극화는 더 나빠졌다고 한 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양극화는 더 커질 가능성이 많다.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번째는 IT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며 비 IT 부문의 성장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부문 간에 간극이 커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주식 상당 부분이 상위 소득자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 혜택의 정도가 소득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AI 발전이다. AI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요새 AI를 쓰는 것을 보면 내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참 다행이다,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도 상당한 사회 문제가 될 것 같다.
-- 코스피 6,000을 넘은 주식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는.
▲ 정부의 자본시장 제도 개선 노력에 더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서 한국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 레벨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주가 상승 속도가 유례 없이 빠른 상황이기 때문에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때 변동성도 커질 수 있고 레버리지가 늘어나게 되면 변동성에 취약한 면이 있어서 중앙은행으로선 이를 유심히 보겠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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